인공지능 관련 첫 국제회담이 드디어 열렸다. 11월 2일 영국에서 28개국이 참여한 제1회 AI 안전정상회의인데 그것이 갖는 함의는 AI기술이 국제적으로 공동대응을 해야 할 만큼 위협적이다. 이 때 채택된 ‘블레츨리 선언의‘ 핵심은 AI 기술의 잠재력과 안전성의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이 ’모든 결정의 주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3년을 겪으며 기술과학의 변화는 사회문화 전반의 변화를 넘어 오랜 기간 익숙했던 교회 활동과 신앙양태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기반 활동이 중요한 신앙방식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향후 기술은 점점 더 생활에 밀착될 것이고 더 중대한 미래의 목회적 파트너가 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 시대, 인공지능 시대는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 그리고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범지구적 위기들과 중첩되면서 다중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작 이 대전환의 시대를 추동해 가는 ‘기술’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빈곤하다. 그동안 신학과 과학의 대화는 지속적으로 수행하여온 반면 기술에 대한 목회적 성찰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필요와 의도에 따르는 도구적 기계의 수준을 넘어서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인간의 사유와 활동 전체에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의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인간소외와 불평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이다.
현대사회의 첨단 기술의 특성은 인간의 필요와 의도에 따르는 도구적 기계의 수준을 넘어서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인간의 사유와 활동 전체에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에 대한 고전적 이해는 기술을 ‘목적을 위한 수단’이자 ‘인간적 활동’으로 규정했다. 즉 기술은 인간의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근현대 기독교 역시 기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 배경에는 인간이 만든 기술의 절정이었던 핵무기에 대한 공포심과 인간성 상실 및 소외에 대한 비판이 자리한다.
그러나 최근 기술에 대한 이해는 도구적 관점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협력적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기술개념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다시 물어야 한다. 기술 시대의 도전을 마주한 교회의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현대 기술개념의 변화를 인식하고 수용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시대에 현대인들은 매 순간 기술을 통해 끝없이 연결되고 있으며, 동시에 역동적으로 우리들의 생활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둘째, 기술과 인간의 관계성을 신학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만물(all things)의 창조주이자 주권자이신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은 인간만이 아니라 만물을 위한 것이며, 온 세상과의 화해를 추구하는 것이다(골1:15-20).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고유한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나타내는 중재자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께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즉 온 세계를 하나님의 만물로 이해할 때, 우리는 모든 만물에 초월적 내면이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만물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하나님에 대한 경험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리스도와 만물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인간-비인간의 관계맺음을 통해 신적인 목적을 실현해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2023년 한국교회는 엔데믹을 기대하며 상당 부분 예전의 교회 활동을 재개하고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소리 없이 교회를 등지는 청년들, 가나안 성도 그리고 ‘부유하는 그리스도인’의 증가 현상은 한국교회로 하여금 전통적 교회로의 회기만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신앙공동체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