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전환기에서 중재적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 (2)
시대 전환기에서 중재적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 (2)
  • 안정도 박사
  • 승인 2024.02.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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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안정도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기독교교육)
안정도 박사
안정도 박사

*이 글은 지난 1월 15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개최된 기독교통합신학회 35차 학술발표회에서 안정도 박사가 발표한 논문 내용 중 일부를 요약, 편집한 것이다. 지면 관계로 각주는 일괄 삭제했다._편집자 주


‘교회,’ ‘어린이종교,’ ‘성도의 삶’의 중재적 구조배열

팔머를 독일 기독교교육 역사에서 팔머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1844년 『기독교 교리문답』은 ‘어린이 종교’를 소홀히 하지 않는 ‘교리문답’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재’의 의미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 팔머의 ‘기독교 교리문답’에는 당시 새롭게 등장한 ‘중재신학’의 관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재’란 무엇인가? 신학 분야에서 중재란 용어는 1828년부터 현대 과학적 인식과 기독교 개념 사이의 “진정한 중재”를 제공하도록 위임받은 하이델베르크 신학 저널 「신학연구 및 비평」에서 “중재신학”이라는 용어로 처음 사용되었다. ‘중재신학’은 신앙과 지식, 전통과 문화의 긴장 속에서 기독교 교리 전통을 단절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전승의 관점에서 신중하고 지속적으로 시대 변화의 조건에 적응시키려 노력한다.

팔머는 이런 관점에 따라 교리문답을 통한 신앙교육에서 경건과 계몽 사이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시도하는 특별한 태도를 보인다. 그의 교리 교육은 전통의 보존을 전제하고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적합하게 교리 교육을 개선하자는 계몽교육학의 주장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중재적 관심은 『기독교 교리문답』의 “서설, 어린이와 종교, 교회 가르침의 선포, 교회생활 교육”으로 이루어진 목차 구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서설’에 이어 본문 첫째 장인 ‘어린이와 종교’가 ‘종교 소질’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는 것이다. 팔머의 ‘교리문답’은 전체적인 구조나 내용 면에서 분명 교육의 교회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본문에 해당하는 첫 장의 강조점은 특이하게도 어린이가 가진 고유한 종교 능력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보통 서설의 일차적 목적은 저자가 저서의 전반 구조를 소개하는 데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독자들이 오해할 만한 내용을 수정하거나 그 책의 핵심 내용을 미리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팔머는 ‘서설’의 첫 부분을 교육의 ‘교회적 기초’로 시작하면서도 그것만을 강조하는데 멈추지 않는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학생이 ‘교회적 삶’을 살아내게끔 하는 것이라고 서설은 설명한다. 그런데 ‘교회의 기초’가 어린이나 청소년의 ‘교회적 삶’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간 연결 과정이 필요하다. 과연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할까?

팔머는 서설의 두 번째 부분인 ‘사명의 확인’에서 그 연결 고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회가 어린이에게 세례를 줄 때 분명 실증적인 구원이 주어진다. 하지만 분명 더 세심하게 발전된 영은 어린이가 자신의 구원을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자유로운 사랑으로 그것을 확신하게 한다. 자신 고유의 신앙을 고백하는 개신교 신앙은 고유한 자기의식, 즉 개인의 정신적 삶에 뿌리내린다. 만일 교회가 이런 과정을 소홀히 여겨 어린이들의 마음에 확실한 신앙의 씨앗을 뿌리지 못한다면, 교회가 수행하는 모든 교육은 결코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리 교육 활동의 목적은 자기 고백을 끌어내는 것이다. 고백은 무엇보다도 이해를 전제한다. 그러나 이제는 종교, 특히 기독교적이라는 것이 교리 그 자체가 아닌 삶 자체를 의미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교리문답을 배우는 어린이들을 이런 삶으로 인도하고, 이를 위해 ‘종교적 성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곧 우리의 임무다.”

팔머는 교회-고백-삶으로 이어지는 연결선을 신앙 이해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중간 연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 어린이 자신의 고백이며, 어린이의 종교적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연결 과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의 종교 감정을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신앙의 삶에 도달하는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첫 번째 교육 원리: 교육의 교회성

팔머는 당시 널리 퍼지던 교육학적 방법론이 오히려 교리문답 안에 내재한 교회 고유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비판한다. 팔머는 당시 일반 교육학의 방법론을 그저 따라가는 교리문답 수업 방식을 “복음에는 적합하지 않은 단순히 형식적인 교육기술 방법”이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교회의 교육은 “복음에는 무관심한 채, 단순한 학교 과학, 교육학적 방법론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격렬히 비판한다.

팔머의 교육 원칙은 분명하다. 신앙 교육의 방향은 “교회에서 학교로 오는 것이지, 그 반대가 될 수 없다!”라고 하며, 종교 교육은 “본질적으로 프로테스탄트 사상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리 교육의 정체성은 “교회에서 태어나고 세례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기독교 교리와 교회의 삶을 이해하는 회중으로 성장시키는 교회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에게 교육의 모범으로 삼을만한 사람은 경건주의자 스페너이며 교회의 교육은 스페너가 강조한 대로 기독교 경건을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팔머는 경건주의의 교육 신조인 ‘자기 의지를 스스로 꺾을 수 있는’ 경건한 어린이를 양육하는 책임은 학교가 아닌 교회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진리의 정신으로 스스로 결단하고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게 하는 것은 오로지 복음이라고 강조한다. 다음과 같은 팔머의 강조는 그의 경건주의적 성향을 확실히 보여준다: “세상의 죄악이 가득하여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 시대에 ‘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은 어린이들의 내면 의식에 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수업은 이런 효과를 보증하지 못한다.”

팔머의 ‘교리 교육’에 나타나는 교육 목적은 경건주의 정신을 이어받은 복음의 내면화와 삶에서 경건의 실천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육의 주도권은 일반 교육학이 주장하는 대로 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교회에 있다고 팔머는 강력하게 말한다. 그가 교육 목적으로 삼은 복음의 내면화, 삶에서 경건 실천은 서설 두 번째 부분에서 언급한 대로 주체적인 인식과 연결되며 개인의 정신세계와 연관된 ‘고백’을 통해서 가능하다. 팔머의 관점에서 이런 고백은 어린이가 교회를 통해 배우고 경험한 교리문답과 세례가 어린이 심성 깊은 곳에 뿌리내릴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어린이의 경건 감정을 고취하고 신앙 고백을 일으키는 교육은 초대교회부터 가정의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며 이뤄졌듯이, 교회와 가정이 어린이 교육을 감당해야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어린이 내면 깊은 곳에 뿌리내리는 경건 교육을 결코 국가의 “스파르타식 교육”- 팔머의 표현에 의하면-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교리문답’ 2장은 이런 교회의 교육 내용은 ‘전통, 성경, 교리문답’이라고 정리한다. 여기서 팔머는 성경에서 기독교 전통을 이해하고, 교리문답을 통해 기독교 삶의 실천을 지속해 숙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팔머는 특히 어린이들이 필수로 배워야 할 내용으로 27개의 신약성경 이야기, 32개의 구약성서 이야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기독교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회사”로서 초대교회에서부터 종교개혁, 경건주의, 선교사들을 포함한 교회의 역사와 이와 연관된 세계 역사를 30개 주제로 선별하여 분류해 놓았다.

팔머는 경건주의 관점을 어린이들이 ‘성경’을 배우는 데도 똑같이 적용한다. 경건주의 성경 교육이 강조한 대로 어린이들은 나이에 따라 성경을 “매일 한 단어, 한 구절씩 읽다가 한 장까지 분량을 늘리면서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팔머는 주장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성경과 기독교 역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면, 마지막 단계이자 “교회의 구조과 사상 전체를 풍성하면서도 집약적으로 요약한 ‘최고 과정’인 교리문답”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팔머가 강조하는 교육의 기초는 분명 기독교 교리 교육이다. 교육은 결코 시대 조류에 편승하여 개인의 자유정신이나 가치중립적 도덕·윤리만 강조하는 교육이 될 수 없었다. 그런 교육은 팔머의 관점에서 “단순히 지식 습득이나 교육 학문 혹은 교육 방법론의 한 조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팔머의 주장은 학교와 교회의 경계선을 확실하게 주장하는 당시 교육 대세를 완전히 역행한다. 교육은 “교회의 신학에 기초한 세례”를 지향해야 하며, “간단명료한 기독교 기초에서 승리의 진실을 강조”하며 “기독교가 없는 교육, 성서가 없는 기독교, 교회 공동체가 없는 성서는 결국 헛된 증거가 될 것이다.”라고 팔머는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팔머는 그의 다음 저서인 『기독교 교육』에서 교회와 학교가 교육의 교회성을 근거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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