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급격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다. 저출산 다음으로 인구감소의 두 번째 요인은 인구의 해외 유출, 즉 이민이다. 특히 매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이탈, 상실)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이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608,948명(상실자 565,215명, 이탈자 43,733명) 이었다. 최근 10년을 보면 매년 3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인이 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인 1991년 이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회복하는 사람은 301,409명(귀화 239,881명, 회복 61,528명)으로 매년 1만 5천 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와 같이 국내로의 인구 유입보다는 배나 많은 해외로의 인구 유출이 인구감소의 또다른 이유이다. 그러나 작금의 인구감소 시대에도 정작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야 하지만 국가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림받은 국민이 있다.
먼저 출생하면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혈통주의’(속인주의)에 의한 취득, 즉 부(父) 또는 모(母)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그 자녀는 태어난 즉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국적법』 2조 1.2항). 다른 하나는 ‘출생지주의’(속지주의)에 의한 취득인데 이는 매우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발견된 기아(棄兒)의 경우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국적법』 2조 3항). 그러나 국외에서 태어난 아이 가운데 부(父)가 한국인으로 『국적법』 2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여야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현지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 대표적으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코피노(한국-필리핀)’, ‘라이따이한(한국-베트남)’, ‘인코(한국-인도네시아)’, ‘꼬레꼬레아(한국(원양어선 선원)-태평양국가)’ 등이다. 물론 이러한 국외 출생 국민들에 대해 『국적법』 3조에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의 방법이 열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법에 따른 국적 신청의 행정 행위를 누가 이행하느냐이다. 한국인 부(父)가 그 의무를 다하여야 하지만 이들을 부정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알면서도 방임하고 있으며, 우리는 남의 가정사라고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인 이 아이들을 누구 보호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몇몇의 경우만이 소송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2006년 대한민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혼혈인(라이따이한) 및 외국 주재 현지 2세 혼혈인(코피노) 등이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할 경우에는 한국인 아버지가 친자관계 확인을 거부하더라도 사진 등 객관적으로 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있으면 국적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였으나 이후 추진되지 못하고 20여 년이 지났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아동 인권에 대한 관심과 시민의식이 성숙하면서 아동에 대한 보호의 주체를 ‘부모’에서 ‘국가’로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소위 ‘출생통보제’가 금년 7월부터 시행되는데 이는 출생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아동이 살해, 유기, 학대 등의 위험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아동이 출생하였으나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시·읍·면장이 절차를 거쳐 직권으로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관계부처 협의로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법무부는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유엔아동권리협약』 7조)'가 보장될 것이라 하였다. 대한민국이 1991년 비준한 UN의 『아동권리협약』 7조 1항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고, 출생 당시부터 이름을 가진 권리 및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가지며, 가능한 경우 친부모의 신원을 알 권리 및 친부모에 의한 돌봄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출생 아동뿐 아니라 국외 출생 아동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국외 출생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 수 있도록 국가의 사무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혈통주의’에 의해 태어나면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여야 하는 이 국외 출생 아동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통보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외 출생 아동들에 대해 ‘일부 한국 남자들의 일탈을 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 아이들을 정죄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 차별 없이 적용하고 이 아이들이 당연히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교회와 우리가 그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방임과 외면은 더 이상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