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사랑의 방법론 methodology
[예술과 목회] 사랑의 방법론 methodology
  • 백우인 목사
  • 승인 2024.04.0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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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며 지내는 요즘이다. 사랑은 감정이라서 그 감정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보살피는지가 중요하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사랑의 감정을 관리하고 보살피는 방법론에 관한 얘기다. 남녀의 사랑만이 아니라 친구와 신을 향한 사랑에도 이 방법론은 유용하다.

내게는 꼭 쥐고 기억하려고 애쓰는 사랑의 방법론이 하나 있다. 사랑의 감정이 무덤덤하고 시들해져서 과연 사랑인지 아닌지 모호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사랑한다고 느끼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사랑의 증인이 되고자 애쓰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사랑을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내려고 하는 것이 내가 기억하고 실천하는 사랑의 기술이자 방법론이다.

사랑의 감정에 관한 한 바디우의 말처럼 충실성을 지켜야 사랑이 죽지 않고 식지 않고 생동 거리고 풍성해진다. 바디우의 충실성은 데리다의 책임적 주체성과 만난다. 데리다의 사유에는 늘 책임이 짝을 이룬다. 그는 종교도 애도도 정의도 사랑도 환대도 모두 그 지시어 앞에서 우리를 책임의 주체로 세운다.

화이트헤드는 이성의 기능에서 방법론에 관해 길게 언급한다. 그의 글귀를 따라가 보면, 생명은 우선적으로 에로스를 택한다. 다시 말해 살아있음을 지속하고 그것을 지키고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는 방향을 향해 전진한다. 이때 이왕이면 잘, 가능하면 더 잘 실현하기 위해 이성을 작동시키며 그 방법론을 모색하는 데에 이성의 기능이 있다.

방법론의 모색이 이성의 기능이라면 그 기능은 사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사유하는 것에 두고 있고, 사유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의지적 실천까지 강조한다. 그녀는 인간이 그전에 겪어 보거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절대 악에 맞닥뜨렸을 때 사유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이 말이 함의하는 바는 세상의 부조리한 현상을 보면서 아무런 비판과 성찰 없이 그저 안일하게 대중에 떠밀려서 원초적 감정을 배설하며 부유하는 인생들을 향해 그들이 대체 얼마나 인간의 조건에 함량 미달인지를 말하는 것이라 이해된다.

에리히 프롬의 기술은 화이트헤드와 한나 아렌트의 목소리에 공명하여 보다 분명하게 말하는 것 같다. 바디우와 데리다의 목소리가 중첩되어 더욱 강하게 방법론을 동맹군으로 연결한다. 이성의 기능을 가동해서 합리적이고 가치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모색만 할 것이 아니라 충실성과 책임적 주체로 실천까지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기술이라고 번역해 본다.

사랑은 에테르가 있는 저 천상계 꼭대기에서 고고하게 있는 희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아마도 사랑은 이 지상계에서 죽을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하고 그래야만 사는, 끝나지 않는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음, 아낭케(ananke)일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 사랑하다 마침내 십자가에서 죽음이 된 어린양을 묵상하며 그의 사랑의 자리로 나아가 두 손을 모은다.

백우인 목사<br>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박사과정<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br>
백우인 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박사과정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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