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모순을 모순으로, 부조리를 부조리로 드러내는 고통과 슬픔
[텔레이오스] 모순을 모순으로, 부조리를 부조리로 드러내는 고통과 슬픔
  • 김희룡 목사
  • 승인 2024.04.02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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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재개발 2지구 공동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그는 실로 우리가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 받고, 우리가 겪어야 할 슬픔을 대신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의 악함 때문이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매를 맞음으로써 우리의 병이 나았다(사53:4~5).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명동성당 앞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명동재개발 2지구 상인들과 함께 드리는 기도회가 열립니다. 농성장 농성은 벌써 317일째 진행 중입니다.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상인들이 장사도 못하고 이런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명동재개발 2지구는 화려한 명동의 중심 상가에서 비켜난 골목으로서 한때 “먹자골목”, “간판골목”이라 불리는 곳으로 오랫동안 사진관, 꽃집, 미용실, 식당 등을 운영해 온 영세한 상인들이 성실하게 삶을 일구어 가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상인들과 상의도 없이 계약 해지가 통보되고 철거 용역이 들이닥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허가를 내준 서울 중구청, 시행사, 사업발주자 등과 대화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된 상태에서 무작정 쫓겨날 수 없는 상인들은 농성장을 꾸렸고 이를 보다 못한 시민사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라며 매주 목요일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3월 28일) 기도회는 필자가 사역하는 성문밖교회에서 진행하였습니다. 기도회에서 나눈 말씀은 이사야 53장이었습니다. 이사야 53장은 ‘고난받는 종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은 본문이기도 합니다.

본문 4절에 따르면 “종은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고 우리의 슬픔을 겪었다”라고 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고통이란 우리 중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고통이고, 우리의 슬픔이란 우리 중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슬픔입니다. 우리 중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고통이고 우리 중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슬픔이라면 그것은 개인적인 고통이나 개인적인 슬픔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적 고통이며 사회적 슬픔입니다. 사회적 고통과 사회적 슬픔은 개인적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서 발생하는 고통이고 슬픔입니다. 개인적인 고통과 슬픔은 아무리 무겁더라도 개인이 짊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모순과 부조리로 발생하는 사회적 고통과 슬픔은 그 사회에 소속된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고통이고 슬픔입니다.

명동재개발 2지구 상인들이 짊어진 고통과 슬픔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서 발생한 사회적 고통이며 사회적 슬픔입니다. 명동재개발 2지구 상인들은 지금 당하고 또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이 사회적 고통이고 사회적 슬픔이라면 그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고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고통과 슬픔을 짊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통과 슬픔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고통과 슬픔만이 모순을 모순으로, 부조리를 부조리로 폭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과 부조리가 폭로되는 바로 그때,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모순과 부조리가 극복되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이사야서에서는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써 우리의 병이 나았다”라고 전합니다.

명동재개발 2지구 상인들과 함께하는 기도회가 경제적 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모순으로 부조리를 부조리로 드러내는 기도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들을 고통과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모순과 부조리에서 구하는 기도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희룡 목사<br>​​​​​​​(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
(성문밖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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