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 인연은 전생의 추억과 함께 머물까?
[영화와 복음]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 인연은 전생의 추억과 함께 머물까?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4.08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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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전 국민을 동창회 열풍으로 몰아넣은 국민 SNS로 ‘아이러브스쿨’이 있었다. 초중고를 졸업하고 생활전선에서 고달픈 삶을 이어가던 세대들에게, 과거 추억 속의 그(녀)를 찾아 연결해 주는 이 서비스는 매우 신선하고 획기적이었다. 여기에 1990년대 함께 들었던 ‘동물원’의 〈혜화동〉이나 프로젝트 그룹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유년시절의 기행〉은 우리를 추억의 세계에 머물게 하곤 했다. 그런데 추억이 아름다운 건 뭘까? 그건 순수함 때문이다. 이해타산 없이 마음의 발로대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함께 누리고 경험했던 그 시절은, 이제 나이 들고 세상의 때로 얼룩져 불순한 자신을 정화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삭막함을 잊기도 한다.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관객을 추억의 세계로 안내한다. 군대에서 행군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 해성(유태오)은 문득 열두 살 시절 좋아하는 마음 가득했지만, 부모님의 이민과 함께 멀리 캐나다로 떠나버린 친구 나영(그레타 리)을 떠올린다. 제대 후, 수소문 끝에 뉴욕에 있는 나영과 SNS로 연락이 닿는다. 온라인으로 안부를 전하며 야릇한 마음을 느꼈지만, 너무 먼 물리적 거리와 서로 다른 꿈을 가진 스물넷 그들의 현실은 각자의 길을 가게 만든다. 그 후 12년, 해성은 나영을 찾아가리라 마음먹고 미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나영은 이미 현지인과 만나 결혼했고 작가의 길을 걷는 상태다. 해성의 방문 소식에 설레지만 머뭇거리는 나영에게 남편 자투란스키(존 마가로)는 13시간이나 날아온 사람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만나보라고 권유한다.

해성과 나영의 첫 만남. 반가운 듯 어색하던 둘은 금방 서로를 알아본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뱉는 말. “와, 너다!” 짧은 이 한마디에 떨어져 있던 24년의 세월이 녹아들어 있다. 이윽고 그들은 잠시 데이트를 즐긴다. 함께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고 유람선도 타고 거리도 걷는다. 그들은 이렇게 해후하며 새로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허물없이 친밀해 보이는 겉모습이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24년이라는 시간의 벽이 있고, 한국과 미국이라는 공간의 벽도 있다. 무엇보다 현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심리적 저항도 도사리는 함정이다. 각자 기억 속의 해성과 나영은 12살의 풋풋한 순수를 간직한 이미지의 소년과 소녀지만, 현실의 해성과 나영(노라)은 살아온 시공간의 차이로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많은 희생과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커버린 어른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진짜 사랑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영화 제목이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즉 ‘전생’이다. 불교 세계관에서 ‘전생’은 ‘인연’과 연관된 개념이다. 팔천 번의 전생에서 팔천 겹의 인연을 쌓아야 부부가 될 수 있다. 영화는 이 둘을 부부로 이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둘은 각자의 삶이 있고 떠나야 한다. 어쩌면 아직 그들의 인연이 안 닿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이 헤어짐도 미래의 다시 만남을 위한, 그 수많은 인연 가득한 전생의 하나로 해석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아름다운 것일까? 혹, 이루어지지 못함에 대한 변명이나 아쉬움에 대한 배려, 안전장치는 아닐까? 어쩌면, 현재 미성취에 대한 미련을 미래로 유보하려는 마음의 바람일 수도 있다.

기독교는 전생이나 윤회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안에서 우리 각자는 순환적 존재가 아닌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이다. 비록 현재의 나는 과거 내 삶의 결과지만, 그것이 전생과 연관된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죄악 된 과거를 끊고 새롭게 태어난 피조물로서,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낼 것을 요구받는다. 천국은 유보된 미래가 아니다. 그건 현재를 하나님의 자녀이자 제자로 제대로 살아낼 때 의미가 있다. 하나님은 현재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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