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하는 날개가 되어
보호하는 날개가 되어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4.04.09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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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모자母子’ 섬기는 정태효 목사

진행_박진석 목사(본보 편집인)
정리_최상현 기자
정태효 목사.
정태효 목사.

정태효 목사는 여성 노숙인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거주시설을 마련하여 이들을 섬겨왔다. 정 목사는 여성들이 평범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고, 특별히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하여 치유사역에 힘썼다.

여성들 대부분은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쳤지만 갈 곳이 없었다. 정 목사는 이들을 위한 상담과 함께 대안을 마련하며 함께 입소한 자녀 돌봄과 정서적 치료 또한 제공했으며, 충분히 회복된 후에는 자활할 수 있도록 했다.

본보는 정태효 목사가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사역을 하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 속에서 깨닫게 된 것들을 들어보았다._편집부


Q. 학창시절은 어땠나?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대규모 공단에서 리더를 교육하고 준비하는 일에 헌신했지만 그들이 결국 자본의 힘에 넘어가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거듭나지 않으면 노동 운동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노동자 목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여성신학과 민중신학을 함께 공부했다.

당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 전 의원과 함께 독재 정권의 횡포와 그에 맞서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하나님의 초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Q. 신앙생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31세까지 의상실 디자이너로 살았고 교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영등포산업선교회 손은하 목사의 인도로 서소문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사실 우리 집안은 유교 집안이라 기독교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디자인 보조로 명동에 있을 때는 사내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도 못마땅했다. 그런데 교회에 나갔더니 바로 성가대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조금씩 교회 활동을 함께 하면서 열심히 다니게 됐다. 청년회 활동, 교회학교 교사 등 수시로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목요일 지역 선교 집회, 새벽 전도지 사역 등 참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청년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성경을 가르쳤는데 큰 은혜가 있어서 부흥을 경험하기도 했다.

Q. 야학도 운영하셨다고 들었다.

옥탑방에서 자원봉사 학생들과 야학을 열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자신도 가난한 형편인데 야학 교사로 봉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차를 여러 번 갈아타면서 꼬박꼬박 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대견하고 존경스러웠다. 당시 나는 삼일교회를 섬기면서 야학을 운영했는데 이후에 어린이집을 시작하려고 하니 교사들이 반대했다. 자신들을 쫓아내려는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들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기뻐하면서 기타도 쳐주고 함께 놀아주었다.

방과 후 공부방을 할 때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의 지원을 받았다. 그렇게 32년간 공부방 사역을 이어왔지만 성수동이 완전히 바뀌면서 재작년에 그만두게 되었다. 당시 성수동은 소규모 작업장들이었다. 그리고 공장이 패쇄 되면 다시 세우지 않는다는 정책으로 인해 공장들이 다 떨어져나갔다.

지원을 받으려고 했지만 당시에는 규모가 작은 교회를 개척교회로 인정하지 않아 마땅한 대안을 마련할 수 가 없었다. 시찰회가 와서 우리 사역을 보더니 큰 교회에서 하던 사역에 비하면 워낙 초라했기 때문에 아무리 사역의 가치를 설명해도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Q. 여성 노숙자 보호는 어떻게 시작했나?

IMF가 터진 1998년에 노숙인 사역을 시작했다. 노숙인의 천국이라 불리는 서울시는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가 없으니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했다. 처음 노숙인 사역을 시작할 때는 서울시에서 전월세를 지원받아 여성 시설을 운영할 수 있었는데, 이후에는 자기 건물이 있어야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었다.

여성 노숙인 쉼터는 우리가 국내 최초였다. 처음에 입소한 분은 간질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숫자와 관계된 것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생일, 나이, 프로그램 시간 등등, 그분은 새로 입소한 분들의 신상을 캐묻곤 했는데, 처음에 그 사람이 실무자라고 오해했던 입소자와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분을 자립시키려고 일자리를 마련해줬지만 가족들이 일을 못하게 반대했다. 일을 하면 최저 생계비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8시간 노동은 못하고 4시간 청소를 시켰는데 동네 사람들이 칭찬을 하니까 자기 할당 구역보다 더 많은 구역을 청소해서 쓰레기를 담을 비닐이 부족할 정도였다. 결국 자립에 성공해서 나갔지만 다 털려버리기 일쑤였다.

시설에서는 한글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는데 머리는 총명했지만 공부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여성들이 많이 참여했다. 그분들 중에는 감사하다며 꽃다발을 사오는 분들도 계셨다. 이후에는 컴퓨터, 풍물, 기타 등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 사역도 이어갔고 지역 빈민 운동,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Q. 시설을 옮기게 된 과정은?

정책이 바뀌어 보호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건물을 마련해야 했는데, 당시 시설이 위치한 성수동이 개발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부득이 지역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찾게 된 곳이 현재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빌라였다. 우리는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시설들을 합하기로 했고 이곳에 쉼터 두 곳, 공동생활 가정 두 곳, 한 곳은 공부방 겸 컴퓨터 학습 실로 만들어 총 다섯 집을 시설로 사용하게 됐다.

Q. 현재 어떤 지원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입소자가 사회에 자립해 나갈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연결해준다. 그리고 초기 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 장로님께서 선한 일에 동역하고 싶다고 기금을 지원해주셔서 걸식 아동 돕기, 초기 정착금 지원 등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교회에서는 아이들 물놀이를 지원해주시기도 했다. 새로 입소한 분들 중에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충분히 잘 휴식하고 음식을 섭취하면 상태가 많이 회복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 시설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데 여성가족부로 옮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것이 유익하다. 왜냐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복지가 지원되고, 여성가족부는 프로그램 지원은 받을 수 있으나 의료복지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호 대상자들의 대부분은 의료복지가 매우 절실한 형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프로그램 지원 비용이 부족해서 더 많은 자립, 자활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편, 어머니와 함께 온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연계하거나, 공부방과 연결, 중고등학생 장학금 연계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은?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아버지를 전도하기 위해 참 많이 애썼지만 정말로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하나님이 초대하셔야 하는 것이구나!’ 그래서 나부터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삶으로 예수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인적인 전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님의 말씀대로 살기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언제나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우리 삶 속에서 주님을 전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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