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엘리멘탈〉 - 다름은 창조적 발전을 위한 조건일 뿐이야!
[영화와 복음] 영화 〈엘리멘탈〉 - 다름은 창조적 발전을 위한 조건일 뿐이야!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4.16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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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50년 전후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Ἐμπεδοκλῆς)는 만물이 바람, 흙, 물, 불의 4개의 원소(element)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4개의 원소가 사랑과 미움(다툼)의 작용으로 결합과 분리가 발생한다고 이해했으며, 이를 통해 만물이 생성/소멸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생각에 황당할지 모르지만, 2500년 전, 그러니까 철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소크라테스도 등장하기 전의 철학자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주장이었다. 지금이야 원자론이 발전하여 가장 작은 입자 단위로 양성자, 전자, 중성자를 넘어 쿼크까지 발견했지만, 그 당시 세계관과 과학적 지식으로 봤을 때, 물과 불, 바람과 흙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근원적인 요소였다. 바로 이 ‘4원소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이다.

〈엘리멘탈〉의 주인공 가족은 불의 원소인 버니와 신더 부부이다. 이들은 원래 ‘파이어 랜드(Fire land)’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엘리멘트 시티로 이주해 온다. 거기엔 물 원소가 다수를 이루지만, 바람과 흙 원소도 함께 살고 있다. 모든 게 낯선 곳이라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열심히 일해 자신들의 전통을 대표하는 푸른 불꽃을 켜고 ‘파이어 플레이스(Fire place)’라는 식료품점을 개장한다. 그 와중에 딸 앰버가 탄생하고, 버니는 앰버가 자신의 가업을 이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둘 가게 업무를 배워가던 앰버는 우연한 사고로 지하실에 물이 가득 차게 만들었고, 마침 거기서 시청 조사관이었던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난다. 티격태격 다툼과 언쟁 속에 둘의 사랑이 조금씩 싹트고 교제가 시작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물과 불의 조합은 쉽지 않다. 결국 경계선을 넘는 모험과 도전 끝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아버지 버니의 반대가 심하다. 더욱이, 자신의 가업을 이어 가기를 원하는 버니의 희망과는 달리, 앰버는 다른 일에 관심이 생긴다. 어느 날, 도시를 보호하던 댐의 봉인이 터져 물이 범람하고 파이어 타운은 물 바다가 될 위기에 처한다. 앰버와 웨이드는 천신만고 끝에 푸른 불꽃을 지켜내지만, 웨이드는 밀폐된 한증막에서 증발한다. 이때 앰버는 버니에게 자신은 가업 잇기를 원하지 않으며, 웨이드에 대한 사랑도 표현한다. 버니는 그런 딸을 이해하며, “내 꿈은 가게가 아니라, 앰버 너 자신이야!”라고 말하며 공감한다. 이후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웨이드와 함께 앰버는 자신의 꿈인 유리 공예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은 이 영화에서 동양적 정서, 특히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문화와 감성을 녹여낸다.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 동양인(한국인)이 이민 와서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문화적 차이와 이질감, 인종적 차별과 모멸도 감수해야 한다. 성향도 다르다. 하지만 끈질기고 부지런한 한국인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뿌리를 내린다.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사업체를 마련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들의 삶은 다르다. 그들은 한국인이면서 미국인이다. 두 민족 사이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한국인 부모와 타국인 동료 사이에서 갈등한다. 동양의 미덕을 강조하는 부모의 바람도 있지만,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다르게 배우고 터득해야 하는 덕목들도 존재한다. 게다가 자신만의 꿈도 있다. 혼란과 혼돈의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할까?

영화는 절대로 결합이 안 되어 보이는 근원부터 다른 원소라도, 미지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서로 탐구하고 경험하면 새로운 연합과 창조적 생성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건 단지 ‘1+1⇒2’의 차원이 아니라, ‘1+1⇒3’완전히 다른 형태와 성질로의 재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물과 불은 상극이다. 하지만 그 둘의 오묘한 조합은 증기를 만들어 거대한 힘을 발하는 기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다름을 배척이 아닌 존중과 이해로 생각할 때,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효과를 발할 수 있다. 원래, 천재나 미인도 혼혈에서 더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교회에도 근본적 성정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다. 그들은 절대로 화합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생각과 주장을 조금만 내려놓고 상대방의 말과 태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이해와 공감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연금술은 완전히 다른 금속이 다양한 비율과 방법으로 결합할 때 얼마나 새롭고 신비로운 금속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복음’이라는 교집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합집합을 늘려갈 때, 우리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과 의미는 훨씬 크고 다채로워질 것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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