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민은 ‘무엇’을 심판했나?
4.10, 국민은 ‘무엇’을 심판했나?
  • 가스펠투데이 보도팀
  • 승인 2024.04.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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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분석

지난 4월 10일에 치른 22대 총선 결과는 야당의 압승이었다. 집권 여당은 총 108석의 의석을 차지하는데 그치면서 국정 동력을 야당에 내어주게 됐다. 여당은 종북 세력, 범죄자들에게 나라를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검찰독재의 조기 종식과 무능한 현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선거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민심은 정권 심판을 택했다.

경기도 광주시갑 국회의원 소병훈 당선자의 아내이자 칼빈대 교수 곽혜영 목사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당 측의 거짓 모함, 그리고 국민을 거짓으로 세뇌시키는 악한 행위를 적어도 목사라면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적지 않은 수의 목회자들이 무속에 현혹된 정권을 지지하며 가짜 뉴스와 유튜브 채널을 단체 카톡방으로 전달하는 행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곽 목사는 “소병훈 의원에게도 국민의 편에서 힘껏 일해 달라, 싸워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싸워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무속인을 따르는 정권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본보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거를 치른 이후, 그리스도인들이 되짚어 볼 논점, 그리고 한국 교회가 함께 살펴보아야 할 내용을 논설위원들의 글을 통해 살펴보았다.

1. 지형은 목사(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목사, 한목협 대표회장), “4·10 총선 이후의 교회는?”

지형은 목사(한목협 대표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br>
지형은 목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내각의 장관들이 임명되고서 몇 개월 정도 지난 때였다. 입각한 장관 한 분과 목사 열 서너 명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초대된 장관은 기독교 신앙이 독실한 집사님이었다. 대선 경선 중에 윤석열 후보 손바닥의 왕(王) 자 등 여러 무속적 정황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목사들이 모였으니 이런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 편향이 강한 목사들은 무속이고 뭐고 무조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마음이었을 테다.

초대된 장관이 대통령에 관해서 긍정적인 얘기를 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상관이니까 당연히 좋게 얘기해야 했겠다. 그러나 그분의 표현 자체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막상 옆에서 모시고 있어보니까’ 여러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대여섯 가지 중에 “소탈하다, 친화력이 있다, 추진력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분 얘기를 듣고 나서 목에까지 올라왔는데 차마 얘기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지금 말씀하신 장점들이 모두 검찰에서 살아온 것과 연관되는 것 아닌가요’ 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술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검사로서 더구나 절대 갑(甲)의 입장인 검찰총장으로서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작동하는 막강한 친화력을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칼자루를 쥔 검사가 어떤 일을 추진하는 힘이 강하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그 힘이 한 번도 꺾여보지 않은 집단이 검찰이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검찰 정권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4·10총선에서 여권과 정부가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가장 큰 이유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역시 이것이다.

총선이 끝났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무섭게 심판했다. 야권에는 무거운 짐을 지웠다. 총선 결과에 관하여 정치 평론가나 관련 전문가들은 그들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말해야 한다. 총선 이후의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논해야 한다. 그런데 교회는 어떤가? 교회가 정치 평론의 전문가는 아니다. 어느 방식으로든 어느 정도든 교회의 공적인 이름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신앙의 관점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 특히 정치적 상황은 이른바 보수와 진보로 날카롭게 분리돼 있다. 20대처럼 보수 진보의 틀로 얘기하기 힘든 현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여전하다.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이름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는 않는다. 우리 근대사에서 산업화 세력과 친일 및 군부 독재의 기득권을 가진 진영을 보수라고 하고, 그 반대 진영을 진보라고 부를 뿐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보수와 진보의 틀을 넘어서 검찰 정권을 심판했다.

한국 교회는 전반적으로 이른바 보수 편에 서서 걸어왔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가치관을 중심에 놓고 판단하지 못했다. 성경에서 말씀하는 정의와 사랑, 평화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판단에서 마땅히 중심 가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일, 거짓과 불의를 단호하게 배격하는 것, 사회적인 영역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이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총선 이후 한국 교회의 절박한 과제는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자신을 성찰하면서 성서의 가치관 위에 자신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의 가치에 비추어 어떠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산다.

2. 정종훈 교수(연세대), “22대 총선의 윤석열 정권 심판은 한국교회에 대한 심판이었다”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정종훈 교수

 

22대 총선은 정권 심판이냐 국정 안정이냐의 첨예한 대립에서 정권 심판으로 귀결되었다.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받은 윤석열 정권을 바라보면, 한국교회 관련한 몇 개의 장면이 연상된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려놓고 대통령 후보자 토론에 참여했던 윤석열 후보가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빈소를 찾았을 때, 대형교회 주요 목사들이 환영하고 당선을 기원하며 안수 기도하던 장면이다. 보수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만 하면, 무속에 사로잡히고, 사이비 이단과 밀접히 연결되었다 하더라도, 검찰 칼잡이로 정치훈련의 경험이 전무하다 하더라도, 한국교회는 괜찮다고 용인한 대국민 선동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어느 교회 목사가 3.1절 날 자기 아파트에 일장기를 달았던 장면도 떠오른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핵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데도 침묵한 윤석열 정권과 일장기를 거는 것이 불법이냐며 화를 내던 그 목사의 모습은 동전의 양면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목사직을 교단에서 박탈당한 전광훈 씨가 광화문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주사파 척결과 자유 통일을 운운하고 있는 그들은 운동권 청산을 집요하게 외쳤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에서 기독교 정당을 자처하고 창당된 자유통일당 역시 한 장면이다. 자유통일당은 지지율 3%를 넘기지 못해서 사라졌던 기독사랑실천당, 기독자유민주당, 기독자유당, 기독자유통일당의 후신 정당이다. 그들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는 1,150만 애국시민들과 1,200만 기독교인들, 군번을 가진 2,000만 애국 국민을 바탕으로 한 정당이라고 스스로 주장하지만, 기독교 연고주의를 기대하며 만들어진 극우 정당으로서 혐오 발언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3% 미만을 받은 34개 비례대표 정당 가운데 제일 많은 2.26%를 득표했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다음 총선에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명성교회에서 개최된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 후에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를 받는 장면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그에게 예수의 살과 피를 주는 것이 신학적으로 맞는가 여부는 차치하고, 총선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한국교회가 그를 환대함으로써 그와 그가 속한 정당을 지지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몇 가지 장면을 짚어볼 때, 한국교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며 그와 정치생명을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바로 한국교회에 대한 심판이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특정 정파나 정치세력에 밀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3.1운동 직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의 항쟁을 부인하고,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는 ‘건국전쟁’과 같은 영화관람에 교인들을 동원하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 제주 4.3 전후한 시기 영락교회를 배경으로 결성된 서북청년단과 그들의 빨갱이 논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우리의 근대화에 공헌했다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대변하지 말아야 한다. 부활절 퍼레이드나 퀴어 반대집회 또는 부흥성회 등의 명목으로 대형집회를 조직해서 기독교의 위세를 과시하려 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요구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보수진영의 목소리나 진보진영의 목소리에 치우쳐서 어느 한 편이 되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하나님의 편이 되어야 한다. 특정 이데올로기를 하나님의 뜻이라 추인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비추어서 부족한 부분을 비판하고 채울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의 측근으로서 지지와 지원을 통해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기보다는 과도한 정치권력의 횡포에 대해서 언제나 예언자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부와 권력을 쥔 특권층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약자들과 차별당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22대 총선을 통해서 이미 심판을 받은 한국교회가 복음의 진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맛을 잃은 소금처럼 내버려져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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