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오늘을 겸허하게
[독서 순례]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오늘을 겸허하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4.06.24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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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미세 좌절의 시대』

개인적으로 장강명 소설가의 작품을 즐겨 읽는 편이다. 어쩌다 보니 그의 작품 중에서 픽션보다 논픽션을 더 자주 보게 된다. 과거에 『책 한번 써봅시다』와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라는 제목의 논픽션을 흥미롭게 읽어서 지난 3월에 출판된 신작 『미세 좌절의 시대』 역시 기대감을 품고 읽었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장강명 소설가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전에 동아일보 기자로서 11년간 재직했다. 그는 종종 기자 시절에 썼던 기사를 부끄러워하지만, 그가 소설가로 전직하는데 혹독한 언론계 경험이 밑거름된 건 분명하다. 그는 전업 작가가 된 이후, 다양한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했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그가 썼던 여러 칼럼을 하나로 엮어 『미세 좌절의 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나누어졌고 1부는 ‘혼미한 시대’, 2부는 ‘어떤 나라를 꿈꾸는가’, 3부는 ‘우리는 삶을 통째로 긍정해야 할까’, 4부는 ‘삶이 얄팍해지지 않으려면’이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모든 칼럼의 끝에는 장강명 소설가가 칼럼을 집필한 연도가 적혀 있어서 이 칼럼의 시대적 맥락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그가 2020년에 쓴 칼럼은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 역시 그 시기를 직접 경험했기에 칼럼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된다. 당시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 막막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우리가 온전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다행스럽게도 좌절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았다. 2022년부터 서서히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되어 2024년 현재 우리는 코로나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미래를 살고 있다. 『미세 좌절의 시대』에서 장강명 소설가는 기자로서 살던 본인이 전혀 의도치 않게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것처럼 알 수 없는 우리의 미래에 관해 너무 쉽게 결론 내리지 말자고 권한다.

“사표를 내기 전까지 잘못 살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사표를 내고 나서 잘못 살았다는 생각도 안 든다. 사표를 제출하는 과정은 급작스러웠다. 거기에 가지런한 인과관계는 없다. 평생 단점이라고 여겨온 울컥하는 기질이 나를 다음 단계로 밀어 넣었다. 우리는 미래를 전망하지 못하고 현재를 평가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전망할 때도, 평가할 때도 겸허해져야 한다. 쉽게 들뜨거나 비관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한 줄로 줄이면, 인생 잘 모르겠다. 거기에 차분한 희망이 있다.” (226쪽)

장강명 소설가는 우리의 계획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을 때 그러한 실패가 우리에게 ‘미세 좌절’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미세 좌절’로 발생한 내면의 균열을 방치하다가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도저히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세 좌절’을 우리의 회복탄력성으로 극복할 때 우리는 이전보다 더 단단한 존재가 된다. 겸허한 마음으로 ‘미세 좌절’의 현재를 견디자. 미래는 끝까지 참고 견딘 이들의 것임을 믿는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교회 교향곡』 저자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교회 교향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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