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총회장의 일탈에 관한 여론과 정론
[기획 특집] 총회장의 일탈에 관한 여론과 정론
  • 곽재욱 목사
  • 승인 2024.06.28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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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곽재욱 목사 (동막교회, 본보 부이사장)

그 일은 2023년 7월 8일 오후 경기도 파주에서 일어났다. 그날의 영상은 그것이 담력과 완력을 겸비한 일선 행동대, 먼 거리에서 경과를 관측하고 통제하는 상황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한 별동대의 합작품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만한 군사작전에는 필경 사전 정보들을 제공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정보팀 같은 것도 존재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작전의 결과를 보고받은 교회의 당회가 그 일을 교회적 중대 사안으로 처리하기로 결의한 것은 7월 말이었다. 그 당회는 담임목사가 총회장 직무를 수행하는 2023년 9월부터 일 년 동안의 안식년 후 그 시무를 마치는 것으로 결의했다. 담임목사의 교회 시무는 정지시키되 다가온 그의 교단 총회장직 수행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그 해법은 이후 영상이 세상에 흘러나감으로써 뒤죽박죽 흐트러져 오늘에 이르렀다.

교회의 당회 안에서 일어난 그 일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고 문제 삼았던 것은 교계의 ‘제3언론’들이었다. 여기서 ‘제3언론’이란 우리 교단의 여러 언론들을 그 성격과 기능에 따라 제1, 제2, 제3의 세 가지로 분류한 세 번째 부류를 말한다.

분류 가운데 제 1언론은 ‘공보(公報)’, 즉 교단과 총회의 공적 기관지로서의 ‘기독공보’이다. 기독공보는 교단의 중요한 소식들을 총괄하고 입장을 대표하는 교단의 정론지이다. 따라서 기독공보는 신문이 갖는 비평과 비판의 기능에 있어서는 다소 절제될 수밖에 없다. 정확히 말해 언론이 아닌 공보 기관지이다.

‘제2언론’으로 분류되는 본보 ‘가스펠투데이’ 같은 신문들도 기독공보의 그것 보다는 다소 자유로우나 그 언론 사명에는 교단과 한국 교회의 신앙의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고민과 탐색을 언론 사명의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다수의 제3언론들은 그와 같은 고민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대부분 일인 매체들이다.

이번 총회장의 일탈에 관한 보도는 제1언론이 고민하고 제2언론이 탐색하는 사이에 제3언론들의 선제적 주도로 이루어졌다. 제3언론들과 총회장 사이에서 이루어진 수사의 추적과 도피에는 회유와 협박, 반박과 대립의 모든 수단이 사용됐다.

언론의 추적이 진행되는 동안 그 목사는 2023년 9월 19일, 총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이미 제기된 의혹들은 총회장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해가 바뀌어 그간 공공연하게 떠돌던 소문들이 실명보도 되면서 공방의 균형은 급격히 기울었다.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과 서류들, 그리고 사진과 동영상 같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는 내내 그에 대한 총회장의 대처는 아집과 도피가 고작이었고 마침내 풀려나온 유튜브 동영상은 그 동안 불편한 판단을 유보해왔던 판정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

한번만 보아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그 영상교재를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문을 걸어 잠근 채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학습했다. 유튜브 댓글들, 교계 여러 단체의 성명서들, 총회장자문위원회, 신학교 동문회에 이르는 맹렬한 성토들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이 시점에서 그간의 추적들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고 총회장을 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 결론과는 별도로 한 개인의 일탈에 대한 추적의 주체와 과정에 대해서 질문하고자 한다. 총회장의 일탈의 ‘큰 범죄를 심판하기 위해서 작은 불법은 용인될 수 있다’는 그 명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과제인 ‘시민사회의 공공신학’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교회는 이 사회가 먼저 짜놓은 구조와 절차, 그 언어들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구조와 절차에 의하면 이번 총회장의 일탈은 아직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안이다. 그것은 경찰의 수사와 법정의 판단이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현 단계에서 불법으로 채집된 자료가 주는 가상의 판단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총회장의 파행사건을 통해 실감한 것은 유튜브 매체의 위력이었다. 총회장의 문제는 유튜버 보도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교단에 속한 평신도들이 유튜브를 시청한 이후 본격적으로 목회자들과 교단을 성토하기 시작하였고 그로부터 사안에 대한 판결, 진실과 사실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문제는 유튜브 제작이 너무나 쉽고 빠르고 멀리 퍼져나가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점, 그리고 너무나 많은 수익이 나는 것에 있다. 유튜브는 얼마간의 기능만 습득하면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만들 수 있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 공간이다. 바로 여기에서 총회의 민감한 사안들이 선정적으로 공론화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우리는 왜 우리사회가 간통죄를 폐지하고 개인의 삶을 침해하는 녹취와 녹화를 금지하였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사회가 부패하고 비윤리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래야 사회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의 ‘큰형님’은 모든 범죄를 완벽하게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했다. 우리는 그것을 ‘감시사회’라고 부른다. 이전에 자동차의 전방을 감시하던 단속 카메라는 이제 후방도 볼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한 지점의 속도만 단속하던 카메라가 이제는 긴 구간을 설정해서 지켜본다. 전국의 모든 도로를 완벽하게 단속하면 교통범칙이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인가? 야구공 크기까지 들어다 본다는 위성 카메라가 도로 위, 자동차 안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잡아내면 좋기만 할 것인가?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최고이다. 당신이 중국의 어느 공항을 통과하는 순간 그 때부터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은 중국 공안에 의하여 감시된다. 그 결과 중국은 더 이상 어느 선교사도 들어가서 선교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그런 사회는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위험사회’라고 부른다.

필자는 여기서 총회장의 파행에 대한 정오와 경중을 다시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사안에 대한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과 구조를 교단의 앞날을 위해 진지하게 검증해 볼 것을 제안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수립한 가장 공식적인 구조인 제 1언론의 고민, 제 2언론이 탐색을 우회하여 사론이 여론이 되고 그 여론이 마침내 정론으로 세워지는 것이라면 우리가 총회로 모일 필요는 어디에 있는가? 오히려 교회 안에 견고한 감시탑을 세우고 단속 카메라들을 촘촘히 설치하면 그 뿐 아닌가?

오늘날 제 3언론의 폭을 무한대로 넓혀 놓은 것이 유튜브이다. 유튜브의 메시지에는 확인이 어렵고 그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들이 가득하다. 필자는 ‘제 3언론’ 폐지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와서 ‘유튜브 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허망한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하나님 앞에서 사실과 진실이 형성된 정론의 구조와 절차가 위협받는 위험성에 대한 논의와 반성이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 결과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며 먼 훗날 역사적 심판이기 때문이다.

총회장의 일탈 문제를 다루는 우리 총회가 정론의 바른 경로와 구조의 의미, 가치를 재확립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곽재욱 목사
곽재욱 목사
동막교회
본보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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