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 김병현 기자
  • 승인 2024.07.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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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데이터연구소, 우울·자살·죽음 인식 조사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우울증은 ‘질환’이다. 미국 정신의학회(APA)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서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로 구분하는 질환으로 침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 등의 증상이 지속되는 정신 이상 상태다. 문제는 적절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수준의 우울을 방치할 경우에 증상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즉 우울증은 죽음,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우울증의 증상을 과소평가하거나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대한민국 국민의 우울과 자살,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 목회적 적용점을 모색했다.

우울 인식 조사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나는 요즘 우울감 등을 많이 느낀다’는 문장으로 정신 건강 지표 중 하나인 우울감 수준을 확인했을 때, 국민의 36% 3명 중 1명이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성별이나 연령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우울감은 남녀 모든 연령대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녀가 있는 기혼자 중에서 자녀가 어릴수록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생활 수준에 대해 ‘어려운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우울감이 ‘괜찮은 편’으로 대답한 사람보다 우울감의 비율이 높았다.

사회적으로는 우울에 대해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을까? ‘요즘 시대의 우울감 등의 정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다’라는 문항에 87%, ‘앞으로 우리 사회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 같다’에도 85%가 동의하여 우리 사회에 우울의 분위기가 퍼져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우울증은 더 이상 쉬쉬할 일이 아니다(88%)’와 ‘우울증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87%)’에 대다수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울감은 남에게 개인적 약함으로 비칠 수 있다(54%)’와 ‘내가 우울증을 겪게 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터놓을 수 있다(47%)’라는 인식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우울증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자살 인식 조사

자살의 동기에는 우울증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 시도자의 동기에서 ‘정신장애 미 증상 관련(33%)’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는데, ‘대인관계 문제(17%)’와 ‘말다툼, 싸움(8%)’와 ‘경제적 문제(7%)’, ‘학업 및 직장 문제(6%)’ 등에 비해 높은 수치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살실태조사’는 대한민국 국민 중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 ‘자살 생각 경험자 비율’은 15%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 경험은 여성이 16%, 남성이 13%로 나타났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비율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19~29세 11%, 30대 10%, 40대 15%, 50대 16%, 60~75세 19%).

자살 생각 경험자에게 자살을 생각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물은 결과, ‘경제적인 어려움(39%)’과 ‘가정생활의 어려움(38%)’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그중 60~75세의 고령층의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이 50%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고, ‘가정생활의 어려움’은 40대에서 49%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에게 자살 생각을 극복한 동기를 물었을 때, 가장 높은 이유는 ‘가족이나 연인 등이 슬퍼할 것 같아서(57%)’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31%)’과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됨(16%)’ 등도 주요 이유였다. 다만 ‘그냥 참음’이라는 응답이 44%로 두 번째로 높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인 결과로 나타났는데, 자살 생각 시 도움을 요청한 대상에 대한 물음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음(59%)’이라는 결과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자살 생각 시 도움을 요청한 기타 대상은 친구/이웃이 28%, 가족/친척은 12%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죽음 인식 조사

대한민국 국민에게 ‘죽음에 대해 요즘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물었을 때, 47%가 ‘생각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남성(44%)보다는 여성(50%)이, 연령별로는 40대(52%)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이유는, ‘생각한 방향대로 인생이 잘 살아지지 않을 때(36%)’, ‘스스로가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35%)’, ‘경제적으로 너무 힘이 들 때(33%)’ 등이 주요한 이유였다. 20대의 46%는 ‘생각한 방향대로 인생이 잘 살아지지 않을 때’, 50대의 39%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이 들 때’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죽음을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본인과 가족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수준에 대한 질문에서, 본인의 죽음에 대해 ‘두려운 편’으로 응답한 비율은 58%, 가족의 죽음에 대해 ‘두려운 편’으로 응답한 비율은 85%로, 자신보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보다 크게 느끼고 있었다.

죽음 이후에 남기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는, ‘화목한 가정(51%)’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서 ‘나를 기억해 주는 친구(42%)’, ‘많은 재산(25%)’, ‘훌륭한 자손(23%)’이 뒤를 이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위 결과를 정리하며, 한국사회가 우울이라는 어두운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우울과 자살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현재 우리 국민의 15%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로 ‘인생이 안 풀린다고 느낄 때’ 죽음을 생각했고 ‘화목한 가정’을 죽음 후 남기고 싶은 인생의 최종 열매로 꼽았다. 이는 교회 안에도 우울감, 자살 생각, 죽음 생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정신적인 질병은 육체적 질병과 달리 잘 알기 어렵다. 따라서 교회에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교인을 공식적으로 돌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상담 기구의 운용, 친밀한 소그룹 시스템의 강화, 목회자의 상담 전문가 훈련이 중요하다고 봤다.

갈수록 고립되는 삶을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는 성도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교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의 저자 김진 정신과 의사는 수십 년간 신학과 의학을 통해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정신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비치료적인 장소를 전전하며 ‘종교적 살인’이라 부를만한 방치를 경험하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우울증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와 적합한 대처다. 우울에 대한 편견과 나름의 접근은 자칫 증상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교회가 전문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과 함께,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에 전문적 치료가 가능한 기관으로 연결해 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회가 포용하고 감싸주는 공동체성을 회복하여 우울·자살·죽음에 대해 따스하게 나누는 안전한 공간이 되길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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