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양희은처럼
[독서 순례]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양희은처럼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4.07.09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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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그럴 수 있어』

매일 오전 9시 5분부터 11시까지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바로 MBC 라디오의 ‘여성시대’이다. ‘여성시대’의 남성 진행자는 시대에 따라 종종 바뀌지만, 여성 진행자는 25년째 변함없이 가수 양희은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지난 1999년 6월 7일에 ‘여성시대’의 첫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1999년에 시작한 방송을 지금까지 쭉 이어서 하는 진행자가 과연 한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매일 2시간씩 25년째 붙박이처럼 그 자리를 지키는 그녀의 끈기가 참으로 대단하다.

지난 2023년 6월에 출판된 양희은의 에세이 『그럴 수 있어』는 지난 2021년에 출판된 『그러라 그래』와 여러 면에서 결이 비슷하다. 독자는 저자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어디선가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럴 수 있어』와 『그러라 그래』의 문장이 저자가 ‘여성시대’를 진행할 때의 말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개성 넘치는 말솜씨와 글솜씨야말로 저자가 ‘여성시대’를 25년째 진행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늘 신선함을 선사하는 주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럴 수 있어』는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전체 4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은 ‘우리는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2장은 ‘못 다한 노래가 남아 있네’, 3장은 ‘네가 있어 참 좋다’, 4장은 ‘그럴 수 있어’라는 제목이 각각 붙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가수이자 라디오 진행자로 규정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의 노래를 바라보는 시선과 라디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골고루 담겨있다. 특히 데뷔 50년을 넘긴 국민가수로서 그녀는 좋은 노래가 그 어떤 화려함 없이 담백함 그 자체로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고 말한다.

“노래도 그러하리라. 아무리 편곡으로 덧칠하고, 현란한 안무팀이 동작을 짜고, 가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패션이 귀보다 눈을 자극시켜도 그 노래를 무반주로 불러보면 노래의 골격이 드러난다. 단단하게 잘 만든 곡은 무반주로 불러도 가슴으로 온다. 그러나 히트시키려는 욕심으로 만들어진 노래는 반주나 안무가 없을 때는 이상하게 삐걱대며, 부르기 민망하다. 노래에 사심이 있으면 누구를 매료시킬 수 없다. 노래도, 사람도, 나무도, 세월을 이겨낼 든든한 골격이 없으면 금세 시선을 돌리게 된다.” (95쪽)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 ‘상록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같은 명곡은 무반주로 불러도 사람에게 큰 감동을 준다. 세월을 이겨낼 든든한 골격이 그 노래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현재 큰 사랑을 받는 아이돌의 노래를 들어보면 노래의 골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독특한 컨셉으로 승부할 뿐, 노래에 근본이 없다. 결국 근본이 탄탄한 노래만이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명곡의 반열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여성시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문구를 마음으로 되새기니 문득 양희은의 얼굴이 떠오른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파도 항상 당당한 그녀를 보며 우리 역시 흔들리지 않는 당당함이 무엇인지 몸소 배운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교회 교향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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