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일간지 모 신문 사설에 ‘바보들의 행진’이라며 “무한 반복의 국회, 두 달 쓴 돈이 1,200억 원”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요약하면 이렇다.
“방통위 위원장 탄핵, 25만 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을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 그러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이런 소모전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여당 중진이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올해 국회 예산은 7,600억 원 수준이다.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은 국회의원 300명과 6,500여 명의 보좌관, 그리고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급여와 인건비로 나간다. 두 달간 인건비 포함해 1,200여 억 원의 예산이 정쟁에 허비됐다. 지금처럼 여야가 타협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야당의 강행 처리와 여당의 필리버스터, 그리고 대통령 거부권이 반복된다면 나머지 예산도 공중으로 날아갈 것이 뻔하다.
이젠 민주당 지도부까지 공개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연상시키는 ‘정권 반납’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거부권 같은 맞대응에 머물고 있다. 지금 같은 무생산·무개념·무능력 국회가 계속된다면 세비 반납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정말 바보들의 행진이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 정치 상황에서는 법을 만들어 올리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은 돌파구도 없는 정치 도돌이표를 계속하다가 그 어떤 생산성이나 효능, 열매도 없이 아까운 세금과 역사적 시간만 흘러갈 것이다.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제는 세계 10위 규모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 세계은행(WB)은 대한민국은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에 입성한 성장의 ‘슈퍼스타’라고 평가하고 세계가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 교수도 “한국이 25년간 이뤄낸 성과를 중진국이 50년 만에 달성해도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정치는 한 마디로 삼류에 머물러 있다. 왜 이런 정치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보들의 행진’을 돕는 ‘바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삼류인 것은 정치가 이데올로기화(이념화)되어 내 주장이나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요, 혹은 틀렸다고 하니 어떤 타협이나 소통도 일어날 수 없다. 같이 살 사람들이 아니라 척결해야 할 증오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주의자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보편화 되어 있다. 보수주의 기독교 신앙을 생명으로 한다는 카톡방에는 “전직 대통령 000, 그의 00을 빼서 당구를 치고 00를 빼서 빨래줄로 써도 시원찮고” 등의 글이 올라온다. 차마 뒷글은 더 올릴 수도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문자를 올린 사람이 전직 모 신문사 사장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국회 정치를 만든 정치인도 바보들이지만, 더 바보는 그들의 행진을 돕는 자들이다. 그들이 진짜 바보들이다. 그래서 성경은 의역한다. “거룩한 국민주권의 정치를 이념으로 편 가르는 개들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 같은 피와 눈물과 땀으로 경제 기적을 만든 조국을 자기 권력욕으로 배 불리는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말라.”
이 바보들의 행진을 돕는 주된 바보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목사와 장로들이다. 매주일마다 진풍경이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으니 ‘주여, 어찌합니까’라고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