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에 무자비하게 자행되었던 언론탄압이나 언론통제 행태가 이미 수십 년 문민정권이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 버젓이 재현되고 있다. 최근 현 정부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으로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극단적이다.
더욱이 이에 대항하는 언론사 자체의 저항이나 일반 국민의 감시 수준은 매우 낮고 소극적이며 아예 포기하는 사이에 언론 통제의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폭압적인 군부독재 시절 또는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나 거론되던 언론자유 문제가 갑자기 중요한 정치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정권의 언론 통제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정부여당은 잘못된 언론 지형을 바로잡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 방법과 정도가 지나치고 강압적이다. 최소한의 상식도 지키지 않고 정부권력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언론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상황으로 조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한 종합편성채널(종편) 허가를 통해 나름 성과를 거둔 전례가 있어서 현 정부도 이를 뒤따르고 있는 형세이다. 특히 방송에 대한 정권의 통제 시도는 전입가경이다. 주요 방송사의 보도 방향을 집권여당의 입맛에 맞게 방송 제도와 인력을 재편성하는 작업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서는 정부에 비판적 보도나 프로그램을 내보낸 방송사와 방송인들에게 무더기로 법정재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방송 내용에 대한 탄압을 일삼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5명 정원의 방송통신위원을 정부 여당에 우호적인 단 2명으로 파행 운영하면서 KBS, KBC, EBS와 같은 공영방송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시도를 거침없이 저지르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방송통신위원장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으나 여러 사정으로 실질적인 힘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신문들은 정부의 언론통제나 언론장악에 대한 지적이나 비판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비난하고 있다.
예컨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 관련 보도와 야당의 탄핵 추진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사설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대부분 현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신문사들인데 정부권력의 언론 통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야당의 탄핵 추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주요 사설 제목을 살펴보면, “취임 이틀 만에 탄핵...野 명분 없는 폭주”(국민일보, 8월 3일), “한국민주주의 위협하는 거대 야당의 의회폭주”(중앙일보, 8월 3일), “방통위 수장 네번째 끌어내린 巨野 ‘묻지마 탄핵’ 멈추라”(서울경제, 8월 3일), “계속되는 탄핵과 입법 강행하는 민주당 ‘의회독재’ 멈춰야”(매일경제, 8월 2일) 등으로 야당의 탄핵 시도만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와는 전혀 다른 논조의 사설도 있다. “무자격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온전히 윤대통령 책임이다.”(한겨레, 8월 2일), “‘MBC 장악용’ 이진숙 탄핵소추, 사필귀정이다.”(경향신문, 8월 2일) 등이 그나마 권력 비판언론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언론자유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권력의 힘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을 시도한 모든 권력의 말로는 불행했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권력에 비판적인 기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청와대를 나와 용산에 대통령실을 마련한다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동안 약속했던 국민과 언론과의 원활한 소통은 공언했던 만큼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라도 취임 초기 공언했던 언론과의 친밀한 소통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의 민주주의라도 지키려 노력했던 대통령으로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