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반공신학은 사이비 신학이다
[논설위원 칼럼] 반공신학은 사이비 신학이다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4.08.22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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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 안에 기형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반공신학은 신학적 근거도 성서적 근거도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 교회가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반공신학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반공신학은 이원론적 세계관의 변종으로서 모든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이슈를 빛과 어둠, 선과 악, 복음과 비복음이라는 이분법으로 갈라치기하는 도구가 되었다. 교회에서 반공신학은 사회주의 이념, 과거의 공산주의자만이 아니라, 민주 운동이나 인권 운동가를 동일시하고 그들을 좌파, 불온한 빨갱이로 모는 편견적 도구로 기능한다.

이러한 시각이 정치적 충돌 현장에서는 좌파, 친북, 종북이라는 용어와 쉽게 결합하곤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반공신학은 좌파몰이를 위한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 기독교 신자들에게 좌파로 지목된 이들을 향하여 증오와 혐오를 품게 만들고 십자군적인 종교적 폭력까지 야기하여 사회를 분열시키고 다툼을 증폭시키기도 한다는 데 있다.

기독교 신자들은 대부분 자생적으로 반공신학을 생산하지 않는다. 반공신학은 대부분 성직자들의 교도행위에 의해 전수되고 학습되어 신자들이 세상을 이원론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 결과 반공신학에 물든 신자들은 민주화 운동을 좌파의 준동이라고 간주하거나 인권운동은 비성서적이라고 간주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어 인류 공동의 기본 가치인 자유와 평등, 평화 사상에 적대하는 이들이 된다.

이런 반공 기독교 신자들은 신앙공동체 안에서조차 전근대적인 편견을 유통시키며 남녀, 세대, 인종 간의 평등을 거부하고, 개인의 행복 추구권과 자결권을 존중하지 않으며, 변화된 세계의 새로움을 향하여 폐쇄적 태도를 보이는 천박한 보수주의자의 얼굴을 가지게 된다.

기독교 신앙은 초대교회부터 플라톤 전통과 마니교의 이원론적 사상의 도전을 받았으나 선하신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신앙을 지키며 이원론적인 편견을 극복해왔다. 이원론적 사고는 영육 이원론에 기초하여 우리 편은 영적 존재로 선하지만 다른 편은 육에 속하여 악하다는 단순 도식을 신앙고백적인 삶의 요건으로 여기는 이단적 사설로 드러난다.

영혼 우위의 이원론적인 전통을 깨뜨린 종교개혁자 마틴루터조차 구교에 내재된 영혼 우월적 사유를 날카롭게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기독교 전통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평생 교사했다. 그 희생자들은 여성, 유대인, 이교도, 그리고 개신교 교의에 동의하지 않았던 성서주의자인 소종파 신자들이었다. 루터는 종교 개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에 전수되어 있었던 혐오의 신앙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셈이다.

많은 이들은 반공신학의 배경을 북에서 내려온 월남 기독교인들과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주고 한국동란 중 공산세력의 마수에서 지켜준 미국에 대한 보은 감정이 지나쳐 친미 사대주의자가 된 성직자들에게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요즈음 반공신학을 주장해온 무리들이 친미만이 아니라 일제식민사관을 가진 이들과 연대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항일운동가와 민주운동가를 좌파로 몰아 역사에서 지우려는 시도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기독교 반공주의자와 해방 후 일제에 부역했던 자들이 일제히 반공을 부르짖으며 민족의 자주 해방을 위해 풍찬노숙을 하며 투쟁했던 애국영웅들을 좌파 용공세력으로 몰아가던 역사가 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반공신학은 증오로 우리를 깊이 병들게 하는 사이비 신학이다. 미움과 증오를 가르치는 신학이 어떻게 예수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고, 사대주의에 물들어 민족의 주체성까지 부정하는 이들이 어떻게 자유와 정의를 구가할 수 있겠나 생각해 보라.

혹시 한국 개신교가 반공신학을 방패삼아 참된 자유와 정의와 평등을 이루는 정치신학,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길을 가로막고 구태를 반복하며 사사로운 자기 이익을 지키는 데에서 만족하며 스스로 보수 우파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증오와 미움을 생산하며 분단을 정당화해온 세력과 어울려 온 죄과로 우리는 지금 평화보다는 전쟁을, 우애보다는 갈라섬을, 손을 잡기보다는 총부리를 서로 겨누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명백하게 복음의 정신을 배반한 길에 우리가 서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라도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박충구 교수
박충구 논설위원
전 감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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