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으로의 전환
[특별 기고]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으로의 전환
  • 조용희 목사
  • 승인 2024.08.2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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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사회적경제 종교계 공동행사 매직트리 퍼포먼스. 최상현 기자.
2023 사회적경제 종교계 공동행사 매직트리 퍼포먼스. 가스펠투데이 DB.

국제연합(UN, 이하 유엔)은 지난 2023년 4월 18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개최된 제77차 총회(The General Assembly, 77th Session 66th Meeting)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Promoting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결의안을 비롯한 3개의 의결 안건과 5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에서 유엔은 ‘사회연대경제’가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달성과 사회혁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고,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모델로서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정책입안 과정에서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참여를 독려할 것을 강조 하였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지난 2022년 채택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사회연대경제 및 사회혁신 권고안」및 같은 해(22년) 발표된 국제노동기구(ILO)의「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에서 정의한 ‘사회연대경제’를 명시함으로써 그동안 보편적으로 사용해 온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를 유엔에서 공식 용어로 채택했으며 이는 단지 명칭을 바꾸는게 아니라 상호성, 민주성, 연대성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유엔은 ‘사회연대경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회연대경제’는 자발적 협력과 상호 원조,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지배구조, 자율성과 독립성, 자산을 비롯해 잉여금 및 이윤의 분배와 사용에 있어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하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집단적 혹은 일반적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경제·사회·환경적 활동에 종사하는 기업, 조직,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사회연대경제’의 주체는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과 지속가능성, 비공식 경제에서 공식 경제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모든 경제 부문에서 운영된다. ‘사회연대경제’의 주체들은 자신의 본질적인 역할에 해당하고 인류와 지구를 돌보는 일, 평등과 공정, 상호의존성, 자율성, 투명성과 책임성, 양질의 일자리와 생계수단 추구에 부합하는 일련의 가치들을 실행한다. 각국 상황에 따라 ‘사회연대경제기업’은 협동조합, 협회, 공제조합, 재단, 사회적기업, 자조단체, 사회연대경제의 가치와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이번 ‘사회연대경제’ 공식 용어를 포함한 결의안을 통해 유엔은 ‘사회연대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등으로 기존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생산역량을 강화하고 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와 재화를 생산하여 사회혁신과 빈곤 완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연대경제’가 양질의 일자리, 환경 보호, 지속 가능한 경제 촉진, 성평등 달성과 여성의 권리 신장, 노동권 및 사회적 보호 촉진 등의 내용을 포함하여 이를 통해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지역 및 국제적 차원에서의 네트워크 구축, 참여적 거버넌스 및 인권 증진, 지역사회와 사회적 결속 구축, 다양성 및 전통, 지식과 문화의 보호 및 존중 등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또한, 2023년 11월 3일 제78차 유엔 총회에서는 2025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회발전에서의 협동조합'(Cooperatives in social development)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유엔이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한 이후 13년 만에 다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지정한 것인데, 이는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엔 회원국 및 기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과 사회·경제 발전에 있어 협동조합의 기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결국, 우리는 유엔 결의안을 통해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정의와 더불어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사회연대경제’ 혹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007년「사회적기업육성법」시행 및 2012년「협동조합기본법」시행과 더불어 자활기업·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을 중심에 두고 개별법 협동조합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추진되면서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지난 20여년 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문재인 정부 때는 사회적경제비서관실이 신설되고 17개 관계 부처 간 협의체가 구성되어 사회적경제 활성화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경제 현장의 동반이 한국 사회적경제기업·조직의 출현과 성장을 지원하는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사회연대경제 담당부서인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통폐합해 ‘지속가능경제과’로 이름을 바꾸고, 이어 지난 23년 9월 1일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2024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대폭 삭감하고 관련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분명 윤석열 정부의 조치는 그동안의 그 어떤 정권에서 실시되지 않는 부당하고 정부가 민관 파트너십에 기반한 행정행위를 스스로 부정함으로써 민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 이에 국내에서는 더 이상 사회적경제에 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환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지난 7년 동안 정권이 바뀜에 따라 관련 정책 환경이 극단적으로 오가는 변동성 높은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경제 축소’ 행보는 국제기구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거나 두 번 째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선포하는 등의 국제사회 방향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점은 심히 우려되는 점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파행 및 예산 삭감으로 인하여 20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탄탄히 구축된 사회적경제 시스템은 붕괴되고 있으며, 민·관·당사자조직의 전달체계를 성실히 이행해 온 사회적경제 중간조직 또한 붕괴되어 가고 있다. 또한 재정지원의 삭감, 무원칙적인 행정 잣대로 인하여 사회적경제기업 당사자 조직은 더 이상 성장 및 확대되지 못 한 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유엔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TFSSE)의 샹탈 라인 카르펜티에 의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은 회원국들에 사회연대경제 지원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도록 권장한다. 결의안은 한국정부도 찬성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의안은 ‘사회연대경제’를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개발의 모델로서 지원·강화하도록 장려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장의 발언과 함께 이미 OECD, ILO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대한민국을 사회적경제 챔피언 국가가 될 잠재력이 큰 나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사회연대경제’ 또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흐름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에 찬성하였듯이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을 ‘사회적경제’ 정책에 반영하고 한국의 사회적경제의 질적 심화와 확장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한국 사회적경제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사회적경제의 재구성 또는 연대경제의 관점에서 사회적경제를 재성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4년 세계경제는 탈세계화 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으로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 등으로 세계 경제가 뒷걸음질하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경기침체의 위험이 있는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대기업 감세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처방보다는 경제, 사회 문제의 대안으로 기여해 온 사회적경제 아니 더 나아가 ‘사회연대경제’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특정 정부의 대표 정책이 아니라 불평등, 기후위기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사회 대안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사)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지난 2024년 1월 11일 “사회적경제 예산 원상복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해단식 및 2024년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2024년 사회적경제 운동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기 위해 그동안 보편적으로 사용해 온 명칭 ‘사회적경제’를 ‘사회연대경제’로 바꿔나가기로 결의했다.

또한 (사)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에서는 "유엔은 공식 용어로 사회연대경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불리던 사회적경제를 실체의 사회연대경제로 바꾸고 한국 사회적경제운동의 일신을 널리 알리자. 단지 명칭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호성, 민주성, 연대성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장통합 예장사회적경제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목회자 사회적경제 세미나에서 조용희 목사가 사회적경제와 기독교의 상관관계 등을 설명했다. 김성해 기자
조용희 목사
예장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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