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선교 현장 취재기 (2) 바양노르의 꿈
몽골 선교 현장 취재기 (2) 바양노르의 꿈
  • 울란바토르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4.09.01 0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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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호수’로 전락한 바양노르
100만 그루의 숲으로 부활하다

 

사진. 김영심.
사진. 김영심.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여행은 길고 긴 여정이었다. 푸른 초원과 하늘은 끝없이 맞닿아 있었고 일행이 탄 차량은 말과 염소떼를 지나치며 지평선을 향해 달렸다.

갈릴리교회, 일신기독병원 선교 여행팀은 세계에서 열네 번째, 몽골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제주도의 약 1.5배 크기) 홉스골을 거쳐 1,890km, 약 30시간을 이동했다.

8월 31일, 여행팀은 울란바토르 서쪽 190km 지점에 위치한 볼강아이막 바양노르솜에 도착했다. 몽골에는 21개의 아이막(행정구역 ‘도’)과 330개의 솜(군)이 있는데, 바양노르는 ‘많은 호수’란 뜻으로 과거 물이 풍부했던 지역이다.

(사)푸른아시아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15개의 호수중 9개가 고갈되었고 남은 6개의 호수도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인명진 이사장(일신기독교선교회, 갈릴리교회 원로목사)은 몽골 초원이 빠르게 사막화 되는 원인을 살펴보면 포화 상태의 가축 수와 ‘캐시미어 산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몽골 땅이 품을 수 있는 가축의 수는 약 2-3천 만 마리입니다. 그런데 현재 약 7천 만 마리가 풀을 뜯고 있어요.

캐시미어 의류 산업이 발전하면서 원자재인 염소털의 수요가 늘어남에따라 목축인들이 양과 염소의 비율(75:25)을 지키지 않고 염소의 비율을 양과 동일한 수준으로 높여버렸죠.

양과 달리 염소는 풀을 뿌리째 파먹는 습성이 있어서 목초지 황폐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목민들에게 차차르간 나무를 제공했는데, 이 나무 한 그루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은 가축 다섯 마리 보다 많습니다.

유목민이 가축 5마리를 줄이면 나무 한그루를 제공했어요. 가축의 수를 줄이고 과실수를 심으며 사막화를 저지하는 한편 유목민들의 생업도 지원한 것이죠.”

유목민들은 차차르간 나무를 지원받아 키우기 시작했고 차차르간 열매는 몽골인들의 대표적인 비타민 공급원이 되어 주스, 차, 와인 등으로 가공되어 판매됐다.

 

바양노르 나무 심기 사역을 설명하고 있는 인명진 이사장(좌)과 신기호 선교사(우). 사진. 김영심.
바양노르 나무 심기 사역을 설명하고 있는 인명진 이사장(좌)과 신기호 선교사(우). 사진. 김영심.

100만 그루의 기적

“지금 바양노르솜에는 총 1,000헥타르 크기의 대지에 숲이 형성되어 있는데 곧 100만 그루를 달성할 것 같습니다.”

2010년부터 14년간 몽골에서 나무 심기 사역을 이어온 푸른아시아 지부장 신기호 선교사는 ‘갈릴리의 숲’이라 쓰인 명판 앞에서 설명을 이어갔다.

“인명진 목사님과 갈릴리교회 성도님들의 마음이 모여 푸른 몽골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2008년,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심겨진 씨앗이 이제 사람을 살리는 숲이 되었습니다.”

신 선교사는 올해부터 협동조합연합회를 발족하여 유실수에서 생산되는 상품 판매를 맡아 현지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그는 “100헥타르의 땅에 10만 주의 나무를 심으면 그 중 4만 주는 방풍림, 6만 주가 유실수인데 과실을 제대로 맺게 되면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며 “땅을 살리는 일은 사람들이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삶의 근거지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사)푸른아시아는 지난 2014년 기후변화, 사막화 방지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키도 했다.

한편, 지난 17년 간 CO2헌금을 드린 갈릴리교회 성도들은 푸른 대지로 거듭난 바양노르솜을 바라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뷰 중인
인터뷰 중인 윤미섭(좌), 이미현(우) 집사. 사진. 김영심.

“그저 나무 한그루를 후원해서 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방금 숲 울타리에 써서 매단 나무 명패에 ‘다시 청지기의 삶으로, 회개합니다’라고 썼는데 ‘친환경적인 삶’이 곧 기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갈릴리교회 윤미섭 집사

“2017년, 아들과 함께 양동이로 물을 퍼나르며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7년 후, 차차르간 나무가 열매를 맺었다는 소식을 사진으로만 접하다가 눈으로 보게 되니 참 감격스럽습니다. 기후 난민이 되어버린 유목민들이 다시 이곳에 돌아와 살아갈 기반을 찾고, 마을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사실 저와 갈릴리교회 성도님들이 CO2 헌금을 할 때, 단순히 후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원을 아껴 모은 것을 드린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던 것 같습니다. 나무를 심는 것과 더불어 삶에서 실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갈릴리교회 이미현 집사

마지막 ‘1.5도’를 막아서는 작은 마음들

지난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 표면 평균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이미 뒤틀려버린 환경이 무너지는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다.

1.5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지만 학자들은 5년 내에 뚫릴 확률이 80%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갈릴리교회 성도들이 일상에서 실천한 소중한 마음, 나무 한 그루, 창조 세계를 보전하기 위해 앞장서는 그 손길은 분명 거대한 물결이 되어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감동과 도전의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이날, 인명진 이사장은 바양노르의 숲 한가운데 서서 기도했다.

“병들어가는 이 지구, 하나님이 탄식하며 바라보시는 이 창조세계가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나게 하옵소서.

이 귀한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주님이 저희에게 명하신 창조질서 회복과 지구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게 하옵소서.”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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