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교자의 리딩누크'를 대신하여 ‘담대하게 거침없이 성지순례’가 12회 연재됩니다._편집부
살다 보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가 있다. 내게는 2019년 하반기에 진행된 목회자 초청 성지순례 이벤트가 그러했다. 한 번도 성지순례를 경험하지 못한 목회자에게 무료로 성지순례 패키지 여행을 보내준다는 공고를 처음 보았을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타성에 빠진 일상에 변화를 주는데 성지순례보다 더 좋은 이벤트는 없어 보였다.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원서를 쓰는 건 나의 일, 지원서를 보고 당첨자를 선정하는 건 그들의 일이라 믿으며 우직하게 지원서를 썼다.
목회자 초정 성지순례 이벤트를 진행하는 여행사는 ‘고앤고투어’라는 성지순례 전문 여행기업이었다. 당시 ‘고앤고투어’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여행사였다. 회사가 아직 초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앤고투어’를 세운 양병선 대표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성지순례를 경험하지 못한 목회자를 위해 이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그저 자신의 손에 움켜쥐려고 하기보다 이를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여행사의 헌신이 참으로 귀했다.
목회자 초청 이벤트 응모 신청서의 양식을 살펴보니 지원자가 성지순례를 가야 하는 이유를 길게 적어야 했다. 글을 쓰기 전에 내가 왜 성지순례를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 생각했다. 성지순례를 가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나 자신이 구약학 전공자로서 성서의 세계를 직접 보고 경험하여 성서해석의 지평을 넓히고자 함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성지순례의 모든 일정을 기사로 써서 성지순례 관련 책을 집필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어서였다.
나의 신학 여정에 성지순례가 큰 도움이 되겠다는 믿음은 2017년에 직접 유럽의 종교개혁지 답사를 다녀왔던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그 당시 나는 장신대 박경수 교수의 인솔하에 약 2주간 취리히, 제네바, 님스, 아비뇽, 파리, 런던, 케임브리지, 에딘버러, 세인트앤드류스 등을 방문했다. 종교개혁지 답사는 책으로만 접하던 유럽을 온몸으로 경험하여 나의 신학 공부에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성지순례를 통해 나는 이러한 생기를 나의 목회와 신학에 다시 불어넣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성경의 무대에서 성경의 참된 저자이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었다.
반나절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응모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 신청서를 여행사의 대표 이메일로 발송했다. 몇 주 정도의 시간이 흘러 여행사로부터 하나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 내용은 이번에 110명의 목회자가 이벤트에 지원해서 그중에 4명을 기도하며 신중하게 선발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많은 목회자가 지원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100명이 넘는 목회자가 지원했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어림잡아도 27.5:1의 경쟁률이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 당첨자 명단에 나의 이름이 있으리라 확신할 수 없었다.
2019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나는 북방선교방송의 녹음실에서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녹음하고 있었다. 녹음 중에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았는데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녹음이 다 끝나고 어떤 문자 메시지인가 봤더니 ‘당첨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시지였다. 내가 이벤트에 최종 당첨되어 무료로 성지순례를 떠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자 메시지를 보자마자 크게 소리 지를뻔했다.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나는 마침내 성지순례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주님과 함께 담대하게 거침없이 성지순례의 대장정에 합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