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성숙한 인격 공동체가 된다는 것
[티와들보] 성숙한 인격 공동체가 된다는 것
  • 조태영 목사
  • 승인 2024.09.2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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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축복하셨다. 하나님의 창조의 복인 하나님의 형상이 온 창조 세계에 충만하라는 것이다. 영광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신 것은 그들이 한 몸이 되어 자식을 낳아 가족을 이루게 하심이다. 이로써 인간은 ‘생명의 순환 관계 속에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비로소 온전하게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격체’가 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모상인 성숙한 인격의 공동체’,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땅에 가득하라는 지고의 축복!

하나님의 삼위는 비움과 채움, 가난함과 부유함, 내어줌과 받아들임, 나감과 들어옴의 동시적이고 역설적인 운동을 통하여 상호내재하고 상호순환하고 상호수렴하는 영원한 삼위일체 공동체를 이룬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은 삼위일체의 이 신적 본성을 닮은 성숙한 인격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소명받았다.

글쓴이는 얼마 전에 모교의 교수가 된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전통 혼례로 진행된 예식 끝 순서에 양측 인사가 축사를 하였다. 나는 신랑 측 축사를 맡아 몇 마디 하는 중에 결혼은 남녀가 평생에 걸쳐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말을 하였다. 부부는 서로에게 거울이니 하나가 되기 위해 날마다 시시때때로 거울을 보라고 하였다. 부부는 말하고 듣는 산 거울이니 거울이 말하는 것을 듣고 거울에게 물어라. 거울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거울에게 충고하려 하지 말고, 거울을 고치려 하지 말아라. 다만 거울이 말하는 것을 경청하고 알아들은 것을 행하려고 힘쓰라 하였다. 결혼생활에서 나르시스트는 최악이다. 나르시스트는 나만 본다. 내 말만 하려 하고 내 말만 들으라고 한다.

오늘날 교회도 정치도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고 자기 주장만 하는 나르시즘에 빠져 있어 그야말로 최악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이건만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지 않고(또는 듣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교묘하게 주님의 말씀인 것처럼 포장하여 억지쓰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지 않고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셨건만, 교회가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지 않고(듣지 못하고) 제 뜻대로 말하고, 거울이신 그리스도를 보지 않고 아무 일이든 하면서 내가 옳다고 뻗대는 것은 실로 최악이다.

선출된 권력자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국민의 거울을 바라보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하고 자기 말만 들으라 하는 것, 국민을 가르치고 충고하고 고치려 하는 것 또한 최악이다. 이것은 파경으로 가는 급발진이다. 정치적으로 나르시즘은 독재의 길이다. 내 말을 따르지 않는 국민을 적대시하고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극소수의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독선을 우리는 과거에 여러 차례 겪어왔다. 그런데 다시 이 저급한 정신분열적 파탄지경을 겪다니 얼마나 더 비싼 댓가를 치르고 얼마나 더 끔찍한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이 미성숙한 행태를 끝낼 것인지 답답하고 고통스럽다.

대통령은 공적으로 국민과 결혼한 것이다. 사적으로 한 여자와 한 몸이 되는 것처럼 공적으로는 국민과 한 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적으로 부부가 파경에 이르면 이혼할 수밖에 없듯이 공적으로 권력자가 국민과 파경에 이르면 퇴진할 수밖에 없다. 권력자와 국민이 한 몸이 되지 못하면 국민은 권력이라는 배를 뒤집고 만다.

우리는 언제 서로 거울을 보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성숙한 인격 공동체를 이룰 것인가 나도 우리도, 교회도 정치도 실로 돌이켜 부끄러운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보고 거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조태영 목사<br>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br>​​​​​​​경기중부NCC 고문
조태영 목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경기중부NCC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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