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2일부터 약 1주일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린다. 이번 로잔대회의 주제는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이다. 로잔대회가 가까이 올수록 이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한국 교회 안팎으로 시끌벅적하다. 그래서 로잔대회를 향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현시점에 제1차 로잔대회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존 스토트의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유의미해 보인다. 제4차 로잔대회는 50년 전에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 열린 제1차 로잔대회에서 존 스토트가 공유한 선교적 비전을 거시적으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8월에 출판사 ‘복 있는 사람’에서 펴낸 『모퉁잇돌 그리스도』는 존 스토트가 기고한 여러 칼럼을 하나로 엮은 책이다. 『모퉁잇돌 그리스도』는 ‘성경과 신학’, ‘그리스도의 제자’, ‘교회의 선교’, ‘온 세상의 교회’, ‘교회가 직면한 도전들’, ‘사회적 관심사’와 같은 소제목으로 존 스토트의 칼럼을 각각 분류했다. 처음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저자가 집필한 책이 아니기에 독자는 이 책이 조직적이면서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다. 대신에 독자는 이 책에서 성경을 향한 존 스토트의 충실한 일관성을 확인할 수는 있다. 그는 청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항상 존 스토트 그 자체였다. 세상은 변해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그의 목회와 신학은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의 말씀을 반석으로 하여 세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성경: 복음전도의 빛과 열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성경 없이 세계 복음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세계 복음화에 필요한 명령과 메시지, 모델과 능력을 주는 것이 성경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연구하고 묵상하여 성경을 다시 회복하자. 성경의 명령에 귀 기울이고, 그 메시지를 붙잡고, 그 인도를 따르며, 그 능력을 신뢰하자.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성경을 전파하자!” (70쪽)
성경을 기반으로 한 존 스토트의 선교적 비전은 이후 제1차 로잔대회에서 발표한 로잔언약의 뼈대가 되었다. 팀 스태포드가 정리한 『모퉁잇돌 그리스도』의 에필로그를 보면 존 스토트가 목회자가 되기 전에 외교관을 지망했고, 그의 외교적 성향이 로잔대회와 여러 면에서 연관됨을 확인할 수 있다.
“회심하고 곧이어 기독교 사역으로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 존 스토트는 외교관을 지망했던 것 같다. 여러 언어에 능통했던 그는 신학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전, 케임브리지에서도 프랑스어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가 외교관의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기독교 사역에서도 최고의 외교 수완을 발휘해서, 다른 사람들을 신실하고 훌륭하게 대변했다.” (379쪽)
제4차 로잔대회를 즈음하여 세계교회는 성경과 상황에 대한 균형감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 존 스토트는 교회의 설교를 텍스트와 콘텍스트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에 비유했다. 온전한 다리를 놓으려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제4차 로잔대회가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밸런스를 유지하여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