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원 목사의 사회적 경제 이야기 (1)
안하원 목사의 사회적 경제 이야기 (1)
  • 안하원 목사
  • 승인 2024.09.30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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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라이프 살림’, 사회적 경제에 뛰어들다
에코라이프 살림이 운영하는 부산 폐가전 회수센터 전경
에코라이프 살림이 운영하는 부산 폐가전 회수센터 전경

부산환경운동연합

저는 우연한 기회에 사회적 경제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습니다.

2007년쯤으로 기억 됩니다. 부산에서 대표적 시민단체중 하나인 ‘부산환경운동연합’은 부산시로부터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위탁받았습니다. 가정에서 쓰고 폐기처분하는 가정용 폐가전을 수거하여 재활용하는 사업이었죠. 이 사업은 거의 2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폐가전을 어떤 방식으로 수거해야 하는지 많이 헤매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부녀회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아파트 주민들에게서 발생하는 폐가전을 모아 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했고, 폐가전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협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취지를 설명하면 그래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면서 협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명분은 정부에서 일부 재정을 지원받는 시민단체들이 친정부적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비리를 캐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일부단체의 재정사용의 불법성을 핑계로 대대적으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또한 재정 지원이 갑자기 끊기면서 폐가전 재활용 사업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우선 저소득층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격이 컸으며 두 번째는 가정용 폐가전 제품의 처리가 환경문제에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전제품이 고장 나거나 수명을 다하게 되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 땅속에 묻혀야 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실로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죠. 단순히 아나바다 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인식 때문에 시로부터 재정 지원이 완전히 끊어진 뒤에도 이 사업을 포기 할 수 없어서 어떻게 해서든 지속시키고자 무척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가운데 ‘에코라이프 살림’의 책임을 맡고 있던 책임자로부터 회사의 대표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9년 가을이었어요. 흔쾌히 허락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건비 마련이었습니다. 회사 대표가 된 이후 시급한 것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소정의 절차와 준비를 통해서 2010년 5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이 되었습니다. 부산 제1호 재활용 사회적기업, 자원순환 사회적기업이었습니다. 이후 약간의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그럭저럭 유지해 나갈 수 있었지만 3년 차가 넘어 가면서 스스로 자립해야 했기에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오게 되었습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가 매우 어려웠는데 이때 제 개인적으로 직원들의 인건비를 위해서 거의 수천만 원의 빚을 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쪽방상담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에코라이프 살림’ 회사 대표는 비상근으로 있었는데 쪽방상담소 소장 인건비를 받으면 상당부분 에코라이프 살림 직원들의 인건비에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거한 폐가전 제품들을 쌓아둔 선별장
수거한 폐가전 제품들을 쌓아둔 선별장

폐가전회수센터 건립

어려웠던 지난 이야기를 이 지면을 통해 다 할 수는 없지만 사업장을 두세 번 정도 옮겨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산시의 도움도 있었고 수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체불된 상태를 참아 가면서 열심히 일해 준 직원들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의 결실 때문인지 2015년 초, 부산시 자원순환과 과장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과장이 하는 말이 부산시에서 폐가전회수센터를 건설하려고 준비 중인데 과연 그 시설을 만들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자원순환과 과장이 저를 찾아 온 이유는 제 설명을 듣고자 함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으며 서울에도 유사한 시설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결국 부산시는 폐가전회수센터를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폐가전회수센터는 100억의 예산(부산시 50억 환경부50억)으로 1500평 부지에 건설되었습니다. 2015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6년 11월에 최종 완공되었고, 저희 에코라이프 살림이 위탁 운영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이미 2007년 ‘서울도시금속 회수센터’(SR센터)를 ‘에코시티 서울’이라는 사회적기업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은 서울시 다음으로 시 차원에서 자원순환과 관련된 폐가전 재활용 사업을 시책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에코라이프 살림이 위탁 운영하는 부산폐가전회수센터는 부산 13개 구에서 중소형 폐가전을 수거하고 있으며 월150톤 연 1800톤을 수거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물량이 매우 증가했습니다. 월 200톤이 훨씬 넘으며 연 2400백톤이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되어 모든 분야에서 쓰레기가 줄어들고 있으나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분야가 중소형 폐가전 분야입니다. 그 이유는 홀로 살아가는 인구가 증가되면서 가전제품의 수요도 증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부쩍 많은 분들이 저희 폐가전회수센터를 견학하기 위해 오십니다. 유치원생들, 초등학생들, 중고등학생들, 각종 단체 회원들, 지자체 자원순환과 관련 공무원과 대학생, 교수들, 연구자들 등 거의 월200명이상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환경과 자원순환과 재활용에 관한 설명을 해 주는 것이 ‘에코라이프 살림’의 대표로서 제가 하는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회적경제의 암흑기

한편, 사회적 기업들은 매우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거나 없애 버렸습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모든 정책들이 거의 올 스톱 된 상태입니다.

외국의 경우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더욱 정책을 강화 시키고 활성화 시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만 반대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희망을 상실한 채 문을 닫고 있는 실정입니다. 참으로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지금 ‘사회적 딜레마’가 위험 수준에 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극화뿐만 아니라 일자리 부족현상, 저출산, 고령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본주의적 경제원리만으로는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해결 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적이란 말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온갖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경제 안에서 사회적 경제를 품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회야말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경제는 사회적 경제에 가깝습니다. 향후 사회적 경제는 교회의 경제라고 할 만큼 교회와 신앙인들의 정신으로 실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교회가 앞장서 사회적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데 중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몽골 선교 현장에서. 안하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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