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속과 거룩
[사설] 세속과 거룩
  • 편집부
  • 승인 2024.09.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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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전투적인 십자군의 영성에서 십자가의 영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세속’과 ‘거룩’은 상반된 단어이다. 세속은 품위가 없고 고상하지 못한 세상의 문화 내지는 분위기를 뜻하고, 거룩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속성을 일컫는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세속적인 사람이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라고 단정하여 말하기 힘들다. 일반적 경험에서 볼 때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꼭 세속적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반드시 거룩하다고 말할 수 없음이다.

신앙의 유무가 세속과 거룩을 가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 바울이 십자가의 원수라고 말하는 사람들, 요한서신에서 적그리스도로 언급되는 사람들은 모두 교회 안에 있었다. 영적인 것을 유독 중시하고 육적이고 세속적인 것은 천시하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 매우 신앙적으로 보이는 영지주의자들 역시 교회 안에 있었다. 그로부터 몬타누스나 마르시온 같은 이단이 생겨나지 않았는가? 맹목적인 신앙을 강요했던 중세교회는 교권을 쥐고 있는 자기들 생각과 같지 않은 신앙인을 종교재판에 세워 처형하는 극악을 저질렀다.

하나님 생각보다 자기 생각을 앞세우고 그 생각대로 판단하고 행할 때, 그 때 자기란 존재는 어느덧 하나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우상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하나님을 열정적으로 믿으면서도 정작 하나님을 믿지 않는, 우상을 배격하면서도 정작 우상을 위하여 열심을 품는 가히 역설적이고도 괴물 같은 신앙이 만들어진다.

그 때 자기란 존재는 거룩을 추구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세속을 추구할 뿐이다. 하나님께서 열어 놓으신 지혜의 문을 스스로 닫아 버리기 때문에 깨달음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양심을 버리고 끝내는 믿음이 파선된 후메네오와 알렉산더처럼(딤전 1:19), 으뜸 되기를 좋아했던 디오드레베처럼 교회 안에 있지만 세속적인 것에 번뜩이는 눈을 가질 뿐 거룩한 것에 대한 혜안이 없어진다.

그들은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닌 세상으로부터 온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요일 2:16)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세상을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세상 자체는 거룩을 등지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나님을 알만한 것들을 세상 속에 심어 놓으셨고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볼 수 있게 하셨다. 물론 그 지혜는 닫힌 마음이 아닌 열린 마음이어야 가질 수 있음이다. 바울은 이에 관해 우리에게 말해 준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20)

사람은 세상과 가까운가, 아니면 거룩과 가까운가?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 관점에서 보자면 거룩과 가깝다. 그러나 그 이후 아담의 저지른 범죄의 관점에서 보자면 세상과 가깝다. 사람은 한편으로는 거룩과, 다른 한편으로는 세속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거룩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사람은 하나님과 가까워질 수 있겠다. 세속과 가까워지려고 한다면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질 수 있음은 명확하면서도 당연하다.

교회는 교회다워야 한다. 교회다운 교회는 반드시 거룩해야 한다. 거룩하지 못한 교회는 아무리 멋진 찬송과 기도가 울러 펴진다 할지라도 세속적일 뿐이다. 하나님의 거룩을 등진 채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세속적인 정욕, 상업적인 탐욕이 득실대는 교회는 이미 교회가 아니다.

그 중심에 하나님과 연결되어지는 진정한 가치, 즉 거룩을 갖고 있는 교회가 비로소 하나님께서 인정하시고 기쁘게 바라보시는 교회이다. 외견상 거룩해지려는 자세는 외형적인 품새와 장식을 만들어 내곤 한다.

예수님의 비유 속에 나타나는 시장 한복판에 서서 두 손 높이 들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바리새인의 모습이 그 전형이다. 거룩은 내면적이고 실질적이고 소박하고 일상적인 게 좋을 것 같다. 거창하지 않고 소박한 거룩이 세속 안에서 겸손하게 펼쳐질 때 거룩한 일상은 조그만 새싹처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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