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기태(본보 논설위원장, 전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의 자유를 먹고 성장하는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를 먹고 자란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의 역할은 더욱 그러하다. 어떤 권력이든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와 논조를 허락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를 가질 때 그 권력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여론을 만들거나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는 권력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는 국민의 눈을 가릴 수 있으나 결국은 스스로 무너진다. 그동안 대한민국 역사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강압적으로 언론을 지배하고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힘으로 옥죄는 방식으로 언론을 다루었던 군사독재정권의 말로가 바로 그러하다. 권력을 휘둘렀던 그들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가 불행한 일이었다. 민주주의 자체가 한참 뒤로 후퇴했던 것은 당연하다.
이런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전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언론 통제와 탄압이 오늘날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언론 관련 정부 부처 및 관계 기관을 통한 정치적 통제가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임면권을 이용해 장악하고 자신들의 입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방송광고를 총괄하는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극우 인사로 임명함으로써 앞으로 광고를 통한 방송 통제가 이루어질 개연성을 걱정하게 되었다. 대통령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한 MBC 기자에게 해외 순방 항공기 탑승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보복했다.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청와대를 나온다던 대통령은 집권 초기 출입기자들과 가졌던 출근길 브리핑을 다양한 이유를 들어 중단하고 아직까지도 재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불통 대통령이 되고 있다. 언론을 탄압하고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봉쇄한 결과는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이 말해 주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비슷한 시기 국정 지지도로는 가장 낮은 20%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없는 오늘을 살고 있다.
건강한 기독언론이 건강한 교회를 만든다
세상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이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듯이 기독언론 또한 그 역할과 기능은 동일하다. 총회나 노회 등 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교회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제언을 허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기독교가 건강하다. 대부분 한국의 기독언론이 특정 총회의 지원을 받거나 직접 운영하는 기관지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비판적 논조의 기독언론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총회 운영 전반에서부터 각종 인사 및 선거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나서 세상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독언론 내부에서는 이를 과감하게 지적하고 비판하는 기사나 논조의 보도를 찾기 어렵다. 몇몇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나 일부 성직자의 성폭력 문제 등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불거져서 세상 법정에 서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어도 이를 보도하는 기독언론은 드물다. 아예 세습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려하고, 성범죄 피의자인 성직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거나 퇴출시키지 못하는 총회를 보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교계 언론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기독언론이 재정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지배 아래 놓여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일반 사회 언론은 권력의 정치적 통제나 기업의 경제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기독언론은 이런 통상적인 정치적, 경제적 통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어야 한다. 엄혹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기독언론은 권력의 억압에 맞서 단호한 논조와 보도로 저항하고 대항했던 이유이다. 이른바 대안언론 또는 저항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불의하고 부정한 권력에 맞섰던 과거 기독언론의 역사가 이를 증언하고 있다. 예컨대 기독교방송 CBS는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4.19 혁명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국민의 편에 서서 불의하고 부패한 정권을 타도하는데 앞장선 언론이었다. 기독언론의 권력에 대한 보도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타락하고 권력이 부패할 때 교회가 앞장서서 이를 지적하고 새로운 세상의 비전과 희망을 주어야 하듯이 기독언론 또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기독언론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할 때 새 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사명이자 역할이다.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살고, 기독언론이 바로서야 교회가 산다는 명제는 지령 200호를 기념하는 <가스펠투데이>가 다시 되새겨야 할 소중한 좌우명이다. 다양한 이유로 한국 교회가 위기에 빠진 지금 기독언론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막중하다. 위기에 빠진 한국 교회의 현실을 정확히 보도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과 해결책을 신속하게 제시하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기독언론이 진정한 의미의 언론이라기보다는 특정 정파나 교단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홍보 매체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특정 교단의 입장이나 주장을 전달하는 홍보 매체로서의 역할도 필요하다. 이른바 선교매체로서의 역할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교단지 즉, 특정 교단의 기관지는 여기서 말하는 언론과는 차별화된다. 문제는 공식적으로 교단이 지원하거나 운영하는 기관지가 아닌 기독언론들이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가스펠투데이>를 창간하게 된 동기의 하나이다. 즉, <가스펠투데이>의 창간 정신은 한국 교회를 살리기 위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비판적이면서도 대안적인 매체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사명의식이다.
<가스펠투데이>는 언론 특히 기독언론에 대한 비판과 혁신에 대한 답변을 하고자 창간되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는 명제는 기독언론에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독언론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국 교회가 제대로 설 수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세상의 걱정과 근심을 덜어주고 희망을 안겨주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짐이 되고 걱정거리가 되는 일들이 늘고 있다. 높은 도덕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혼란과 혼돈의 세상에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히고 급기야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교인들이 줄어드는 교회가 늘고 있고, 대부분 교회에서 청소년, 어린이들이 줄어들어 결국 교회학교 문을 닫는 교회가 증가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빈 교회, 서양 사례에서 보듯이 슬럼화한 교회를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특히 오늘날 교회 위기의 핵심은 교회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정의롭고 높은 도덕성을 지닌 진리와 정의의 보루라는 신뢰를 사람들에게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부 교회의 경우지만 특정 정치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지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정치운동을 펼치고 욕설과 비속어를 남발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버젓이 강단을 누비고 있는 절망적인 일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소돔과 고모라가 재현된 듯한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지령 300호, 1000호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
지금 한국 교회는 혁명적인 개혁과 갱신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한국 교회가 스스로 통렬하게 반성하고 진실 되게 회개해야 한다. 스스로 깨끗하지 않으면 당당할 수가 없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나 교회의 비리를 감싸거나 비호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신앙적 순수성은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우월한 권위로부터 한국 기독교의 힘이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일반 언론의 기독교 관련 보도나 프로그램의 편향성이나 왜곡을 지적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내용 모두를 오류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명백한 불법과 탈법 그리고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부조리와 부패가 분명한 일부 교회와 성직자의 잘못을 세상 언론에 앞서 교회 스스로가 고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가혹할 만큼 철저하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자기 감시, 자율 통제의 시스템이 작동되는 건강한 한국 교회의 자정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이런 반성과 회개를 앞장서서 유도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기독언론이 수행해야 할 것이다.
<가스펠투데이>가 지령 200호를 맞는 시점에서 앞으로 300호, 1000호를 향한 새 항해를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는 심정으로 새 출발을 기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보다 엄격한 윤리성과 성실성 그리고 창의성이라는 덕목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기독언론으로서의 정직하면서도 깨끗한 윤리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재정적인 면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제작여건상 어려운 일이 늘어날수록 음성적이고 부정적인 유혹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복잡한 제작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전문성 있는 언론으로서의 기본자세를 지킬 수 있는 성실하면서도 치밀한 직업의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사실 확인에 충실하고 진실을 추구하면서 정의롭고 자유로운 언론으로서의 책임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신기술 테크놀로지 시대를 선도하는 새롭고 신선한 디지털 언론으로서의 도약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새 언론으로서의 진취적인 변화와 자기혁신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스펠투데이>를 구독하거나 후원하시는 모든 독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이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 지령 200호는 없었을 것이다. 척박한 땅에 뿌려진 씨앗을 가꾸는 애잔한 심정으로 앞으로도 변함없는 사랑과 지원을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