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리 사회는 중병을 앓고 있다. 남을 위하는 사랑과 섬김의 정신은 간데 없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기독교인의 수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은데도, 사회적인 악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도리어 갈수록 증가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그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인 푯대요 기준이 되어야 할 기독교인들의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참된 신앙이 없기 때문이다. 야고보서의 표현을 빌자면, 그야말로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약 2:26)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기독교인들의 “자기 정체성 상실”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의 위기,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가 누구이며 인간이 본질적으로 어떠한 존재인지를 바로 알아야 한다. 신앙의 대상이신 하나님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없이는 신앙의 기초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나님 아닌 것들을 하나님보다 앞세우기 쉬운 거센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오로지 하나님을 향한 신앙과 그의 말씀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그것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앞세우는 경건한 삶의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나아가서 바른 신앙을 갖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그에 순종하는 정직하고 의로운 삶을 살아야 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로운 삶을 통하여 평생토록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기초한 나눔과 섬김의 삶을 성취하는 한편으로, 힘 있는 자들과 힘없는 자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오늘의 한국 교회와 사회가 맞고 있는 위기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지주여야 할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삶이 유리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흔히들 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진리에 순종하지 않는 것은 불신앙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전적으로 맞는 얘기다. 설령 깨달은 진리라 할지라도 그에 따라 살지 않는 삶도 불신앙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삶과 결합된 신앙은 기독교인의 자기 정체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교회생활”의 노하우(know-how)를 전수하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는 데 있지 않다. 이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바로 믿고 사는 데 꼭 필요한 “신앙생활”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는 데 있다.
참으로 하나님만을 굳게 믿음으로써 자기 자신과 교회와 사회와 민족과 국가를 굳게 세움과 동시에(사 7:9),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신 이인 예수를 바라보면서(히 12:2) 그를 온전히 닮아 가는 한국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